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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수만건 들고 경찰서 간 김희철 "상처 줬으니 벌 받을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예인이 있다. 인기 아이돌그룹 멤버 겸 방송인 김희철(37)이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을 울게 만든 이들”이라며 “선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합의하더라도 합의금은 변호사에 넘길 것이지 나는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난 21일 김희철은 자신의 팬들과 함께 3개월간 모은 악플 사례 수만 건을 모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악플러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죄다. 24일 서울 강남경찰서 1층 카페에서 2시간 동안 고소인 조사를 받고 나온 김희철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24일 강남경찰서 입구 앞에 선 김희철(가운데)과 방송 관계자(왼쪽), 변호사. 편광현 기자

24일 강남경찰서 입구 앞에 선 김희철(가운데)과 방송 관계자(왼쪽), 변호사. 편광현 기자

경찰에 제출한 악플 내용은?
너무 심해서 말로 전하기 힘들다. ‘죽여버리고 싶다’ ‘X같다’는 1차원적인 비난도 있고, 성적인 조롱도 많다. 돌아가신 대통령이라든지, 친하게 지내는 여자 연예인과 관련된 내용 등 입에도 담기 싫은 그들만의 용어들로 희롱한다. 특히 하늘나라로 간 내 지인과 관련된 게 너무 수위가 높다. 
고소 대상은 몇 명인지
일단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악플러 수십 명을 적어냈다. 수만 건 수집했는데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앞으로 수백명, 수천 명 최대한 더 많이 잡을 것이다.
평소 악플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연예인을 시작할 때부터 악플은 늘 많았다. 연예인이니까 그저 ‘안 보고 살아야지’하고 생각하고 살았다. 표현의 자유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동생들의 안 좋은 일들을 옆에서 겪으면서 느꼈다. ‘이러면 안 되겠구나.’ 최근엔 연예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악플로 힘들어한다.
가장 분노했던 순간은  
“어차피 고소 못 할 거야 이기야”라는 댓글을 봤을 때다. 친한 지인들이 하늘나라로 가면서 나에게도 댓글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런 악플이 눈에 띄더라. 내가 고소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대부분 연예인이 이미지 때문에 고소를 못 하고, 고소해도 선처하니까 그런 것 같다. “어차피 선처한다 이기야”라는 말도 있었다(※‘이기야’는 조롱의 의미를 담은 어미다).
김희철이 개인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김희철이 개인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4월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 후 악성 댓글은 사라졌는지?  
본인들끼리 비밀리에 악플을 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아냥거리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고소하기까지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고
당사자가 악플을 다 찾으면 정말 ‘멘탈’이 무너진다. ‘김희철 죽어라’를 하루에 100명한테 듣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4월 22일 제보 메일을 하나 만들었다. 팬들이 보내준 게 10만 개 가까이 된다. 처음에는 메일을 점검하던 법무팀이 내가 상처받을까 봐 악플을 안 보여주려고 했다.    
“선처 없다”고 말한 이유
경찰 수사관도 말하더라. 가해자를 직접 보면 선처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연예인은 이미지를 생각해서 선처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내가 선처가 없다고 한 이유는 악플 고소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당하고 있는데도 용기를 못 내니까. 다들 고민하지 마시길. 절대 선처하지 마시길 바란다.
동료 연예인 반응은
많이 응원해준다. 아이유, 김가연은 공개적으로 조언도 해줬다. 특히 어린 후배 연예인들 응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아직 신인이고 어려서 어떻게 대처할지 모른다”면서 “오빠 혹은 형이 꼭 이기고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악플러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들에게 제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럴 가치도 없다.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것처럼 경찰서에서도 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그동안 많은 사람 힘들고 울게 만들었으니 그만큼 벌 받을 것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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