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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멘스처럼" 봉욱 전 대검차장 강연 새겨들은 삼성

중앙일보

입력

"세계 1위 기업이 될수록 준법은 생명과 같습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가 22일 경기도 용인에서 첫 워크숍을 개최한 가운데, 연사로 나선 봉욱(55·사법연수원 19기) 전 대검 차장이 꺼낸 말이다. 봉 변호사는 삼성준법위 위원(6명) 가운데 한 명으로 지난해까진 검사로 재직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금융조세조사부 부장검사를 맡고,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도 담당하는 등 기업 수사 경험도 많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워크숍 사진. [사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워크숍 사진. [사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삼성의 7개 계열사(전자·물산·생명·전기·SDI·SDS·화재) 준법경영팀장, 실무진 등 50명 앞에서 봉욱 전 차장은 자신의 수사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최근의 기업 범죄 사건들은 내부고발자로부터 시작한다. '회사의 과오는 덮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예전 가신들과 달리 젊은 임직원들은 회사의 치부를 털어놓는다"고 설명했다. 봉 전 차장은 "비밀이 없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더욱 준법경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봉욱 전 차장 "무조건적 과오 덮기, 젊은 세대 동의 안 해"  

세계적인 기업 지멘스가 2006년 뇌물 스캔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봉 전 차장은 소개했다.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지멘스는 2006년 분식회계, 공금 횡령, 뇌물 제공 등 위법 행위가 드러나 벌금만 100억 유로(13조7700억원)를 냈다.

신뢰 위기에 직면한 지멘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부패 관행과 결별하기로 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언제든, 어떤 언어로든 준법 위반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내부고발 채널 '텔어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세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진 평가에 준법경영 항목을 도입해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워크숍에서 판사 출신 안덕호(왼쪽 넷째) 삼성전자 준법경영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워크숍에서 판사 출신 안덕호(왼쪽 넷째) 삼성전자 준법경영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런 자정 노력 끝에 지멘스는 2017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가 됐다. 지난해에도 지멘스는 514건의 준법 위반 사안을 조사해 절반이 넘는 262건을 징계했다. 이날 외부 강사로 초빙된 박종근 지멘스코리아 윤리경영실장은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들였으며 철저한 내부조사를 위해 숙련된 전문가를 고용해 실질적인 개혁을 시행해 위기를 극복해냈다"며 "결국은 최고 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문제 됐던 독일 지멘스 사례 학습 

지멘스의 사례를 적용해보면 이재용(52) 부회장의 준법경영 의지가 꾸준히 뒷받침돼야 분식회계, 노조설립 방해 같은 위법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취지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당시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선 강연 종료 이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삼성 7개 계열사 준법경영팀장(부사장·전무급)과 준법감시위 실무진 간 열띤 토론과 아이디어 제안이 이어졌다고 한다. 삼성준법감시위는 "준법감시 활동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홍보, 점검 및 내부거래, 제보·조사 등 아이템별로 나눠 활발한 토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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