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가 과거 출연한 예능프로그램이 재차 주목됐다.
피해자 측이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밝힌 피해 상황 가운데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는 이유로 새벽 출근을 요구받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박 전 시장이 비서관과 함께 새벽 마라톤을 해왔다는 사실은 지난해 그가 출연한 KBS2 관찰 예능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를 통해서도 알려졌다. 다만 당시 방송에서는 남성 비서관이 박 전 시장을 수행했다. 박 전 시장은 “새벽 6시,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날씨에도 건강을 위해 비서관과 함께 조깅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굳이 비서관과 조깅을 같이하는 이유가 뭐냐’는 연예인 패널의 질문에 “같이 운동하는 거니까 본인 몸에도 좋고”라고 답했다. 또 ‘(비서관에게) 새벽 조깅 의사를 물어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는 “한 번도 싫다는 이야기를 안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이 시청 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직원과 ‘셀프 동영상’을 찍는 장면도 재조명됐다.
박 전 시장은 당시 옆에 있던 여직원에게 “사귀는 사람이 없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여직원의 대답에 대뜸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더니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여직원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 채 카메라를 바라보며 “제가 특별한 사람을 추천하려고 한다”, “이런 신붓감이 어딨느냐”고 말했다.
방송은 이 장면을 ‘직원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행동을 본 한 연예인 패널은 “뭐죠, 갑자기”라며 당황해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은 이 장면으로 공개 사과 했다. 직원들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고 ‘공개구혼’ 영상까지 찍는 등 불편한 모습에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박 전 시장의 다소 권위적인 모습으로 ‘꼰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더 나은 시장이 되겠습니다”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사실 저도 프로그램 보면서 굉장히 많이 반성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직원들한테 잘해준다고 했는데, ‘그게 제대로 된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며 “특히 복지팀에 OO씨. 갑자기 제가 공개구혼 영상을 만들어서 너무 당황했죠? 그리고 OO팀장 미안하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저도 많이 느꼈다. 앞으로는 더 좋은 사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