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연천군, 주상절리 트레킹 코스 또 공사…"반복되는 공사로 한탄강 절경 훼손" 우려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왕림리 한탄강 상류 차탄천. 20여m 높이의 현무암 수직 절벽인 ‘주상절리’가 U자 형태로 좁은 협곡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한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의 지질 명소다. 지난 14일 방문해보니 주상절리 사이를 흐르는 차탄천 바닥은 온통 파헤쳐져 있고, 흰색 화강암으로 된 1m 높이의 돌다리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 주변과 하천 바닥, 진입로에는 현무암 돌덩이와 바위 조각이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왕림리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협곡’의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왕림리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협곡’의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차탄천 하류에서 돌다리 높임 공사 한창  

이곳에서 1㎞ 상류인 해동양수장과 맞닿은 하류 차탄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상절리 옆 현무암 돌무더기로 쌓은 공사용 도로 위에 포크레인 한 대가 서 있고, 하천 바닥에는 돌다리가 절반가량 설치됐다. 공사장 주변엔 파헤쳐진 하천 바닥의 현무암 돌덩이가 쌓여 있다.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옆 해동양수장 하류쪽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옆 해동양수장 하류쪽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옆 해동양수장 하류쪽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주상절리 옆 해동양수장 하류쪽 돌다리 공사 현장. 전익진 기자

2015년 트레킹 구간 조성 뒤 2번째 재공사   

두 곳은 모두 연천군이 2015년 차탄천 주상절리 탐방을 위해 조성한 트레킹 코스인 차탄천 ‘에움길’(전곡읍 은대리 삼형제 바위∼연천읍 차탄리 차탄교, 총 길이 9.9㎞)의 한 구간이다. 연천군은 에움길에 5년 전 설치한 차탄천 돌다리의 높이(50㎝)가 낮아 오는 9월 완공 목표로 지난해 9월부터 8억원을 들여 징검다리(돌다리) 6개를 1m로 높이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총 공정률은 80%.

세계적 지질자원의 ‘보고(寶庫)’인 한탄강 일대는 국내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난 7일 인증을 받았다. 한탄강이 흐르는 경기 포천시 유역 493.24㎢, 연천군 유역 273.65㎢, 강원 철원군 유역 398.72㎢ 등 총 1165.61㎢다. 여의도 면적(2.9㎢)의 400배에 달한다. 이 가운데 26곳은 지질·문화 명소로 등재됐다.

연천군은 군남면 왕림리 차탄천 주상절리를 비롯해 연천읍 고문리 재인폭포, 백의리층, 동막리 동막골 응회암, 청산면 장탄리 마을의 수호신인 좌상바위, 전곡읍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 전곡리 유적 토층, 군남면 남계리 주상절리, 천혜의 고구려 성벽 미산면 동이리 당포성 등 9곳이 지질·문화 명소로 인증받았다. 앞서 차탄천 주상절리를 비롯한 연천, 포천, 철원을 아우르는 한탄강 일대는 독특한 지질과 지형적 가치로 2015년 12월 환경부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트레킹 코스인 '에움길' 코스도. [연천군]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상류 차탄천 트레킹 코스인 '에움길' 코스도. [연천군]

지역단체 “반복되는 공사로 지질 명소 헤칠 우려”  

현장을 안내한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 “세계지질공원 지질 명소로 지정된 차탄천 주상절리 일대는 자연지질환경을 그대로 보존해야 마땅하다”며 “연천군이 주상절리 주변을 파헤쳐 이미 조성해 놓은 트레킹 코스를 보완한다며 다시 파헤치는 것은 관청이 앞장서 유네스코 세계지질명소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뜩이나 연천군은 2016년 6월부터 3년간 에움길 일대 차탄천변과 차탄천 바닥 6.64㎞ 구간을 굴착해 차집관로를 교체하는 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주상절리 일부를 훼손해 물의를 빚은 데 그치지 않고 멀쩡히 다닐 수 있는 에움길을 다시 파헤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7년 12월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주상절리 주변 모습.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지난 2017년 12월 차집관로 공사로 훼손된 경기도 연천군 한탄강 지류 차탄천 주상절리 주변 모습.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연천군 “이용 편의 개선 위해 불가피한 일”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차탄천을 건너다니는 에움길 징검다리(돌다리)의 높이가 낮아 비가 오면 잠기는 바람에 50㎝ 높이기 위해 돌다리를 다시 설치 중”이라며 “중요한 관광명소이자 지질체험 학습장 역할을 하는 곳의 이용 편의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돌다리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집관로 교체 공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차탄천변 공사용 임시도로 겸 에움길 일부 구간도 원상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