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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먹는 보양식 '해신탕', 15년 전 이 드라마 인기에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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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들어 있는 ‘삼복(三伏)’ 중 오늘이 초복이다. 서 있을 기운조차 없을 만큼 폭염이 절정에 오르는 때라 예부터 복날이면 그 해의 더위를 물리치고 새로운 힘을 내기 위해 칼로리 높은 영양식들을 섭취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삼계탕은 열량이 풍부한 고기와 수분 보충, 그리고 에너지를 돋우는 여러 종류의 약초를 함께 끓여서 인기가 좋았다. 이밖에도 복날이면 육개장·장어구이·민어·추어탕·설렁탕·용봉탕·전복죽·흑염소 그리고 팥죽을 보양식으로 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통 보양식이 식재료가 뭔지 금방 알 수 있는 이름을 가진 반면, 요즘 최고급 보양식으로 인기 있는 ‘해신탕’과 ‘불도장’은 어떤 재료들을 사용했는지 궁금하다.

2005년 드라마 ‘해신’ 덕분에 탄생한 ‘해신탕’

워커힐 호텔 한식당 '온달'의 해신탕

워커힐 호텔 한식당 '온달'의 해신탕

‘해신탕’은 닭·전복·낙지를 메인 재료로 하고 그 외 든든한 한 끼가 되도록 은행·밤·녹두·찹쌀을 더해 끓인 음식이다.
흥미로운 건 해신탕이라는 이름이 등장한 건 불과 15년 전이라는 점이다. 워커힐 호텔의 한식당 ‘온달’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조선시대 사대부 요리와 궁중음식을 재해석해왔다. 이곳의 김성완 조리장은 2005년 여름 드라마 ‘해신’이 인기인 것을 보고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 중 영양이 가장 풍부한 낙지와 전복을 삼계탕에 넣는 프리미엄 보양식 메뉴를 개발, ‘바다의 왕’이라는 뜻으로 음식명을 ‘해신탕’으로 정했다고 한다.
해안가 도시라면 닭을 끓인 삼계탕에 영양가 높은 낙지와 전복을 넣은 음식 형태는 존재했을 수 있다. 하지만 궁중음식연구원 이소영 실장에게 물어보니 음식관련 고서에서도 '해신탕'이라는 이름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부르는 이름 ‘해신탕’은 2005년 워커힐 호텔에서 처음 작명된 게 맞다.
김성완 조리장은 “닭에는 부족한 미네랄, 칼슘을 해산물로 추가하고, 타우린 성분을 가진 낙지까지 추가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게 목적이었다”며 “이 외에도 약재 맛이 강한 기존 삼계탕에 잣과 깨를 갈아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하고, 닭의 뜨거운 성질을 잡아줄 수 있도록 찹쌀과 함께 찬 성질의 녹두를 속에 채워 넣는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요즘 해신탕의 레시피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만큼 대중화 됐기 때문이다. 김 조리장은 집에서 해신탕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예전에는 ‘목에 기름칠을 하며’ 몸보신을 했다면, 요즘은 닭에서 기름기가 많은 부분은 최대한 제거해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게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또 “해신탕은 너무 팔팔 끓이지 말고 약을 달이듯 중불에서 오래 끓여야 각 재료의 맛과 영양이 충분히 우러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 여름, 워커힐 호텔 ‘온달’에선 해신탕 룸서비스를 진행한다. ‘언택트 스테이케이션’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7~8월 두 달 동안 투숙객이 해신탕을 객실에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서비스다.

30가지 재료 들어간 중국 보양식 ‘불도장’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불도장. 오른쪽 사진은 올여름 내놓은 '불도장 도시락 세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중식당 '홍연'의 불도장. 오른쪽 사진은 올여름 내놓은 '불도장 도시락 세트'.

3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불도장(佛跳牆)’은 중국의 최고급 보양식이다. 지금도 중국을 방문한 국가원수를 대접할 때 내놓는 최고급 요리로 유명하다.
100여 년 전 첫 이름은 ‘복수전(복과 수명을 모두 갖는다는 의미)’이었지만 한 손님이 그 맛에 반해 ‘항아리 뚜껑을 열면 그 향기가 사방에 떠돌아 참선하던 승려도 선을 포기하고 담을 넘어 온다’는 시를 지으면서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뛰어넘었다’는 의미의 불도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두산백과사전에선 “불도장에는 닭고기·오리고기·오리염통·닭염통·돼지힘줄·메추리알·비둘기알·상어지느러미·건전복·건조개·건해삼·건새우·건부레·구기자·표고버섯·죽순·말린용안·고려인삼 등 18종류의 주재료와 12종류의 부재료를 포함해 총 30여 종의 식재료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들을 굽거나 쪄서 중국 명주인 소홍주(紹興酒)가 담긴 항아리에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끓여서 만드는데, 재료의 가짓수가 많고 과정이 복잡해 음식을 만드는 데 하루 내지는 이틀이 꼬박 걸린다. 불도장의 조리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고 예산이나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요리법이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중식당 ‘홍연’에선 건해삼·건전복·소힘줄·오골계·송이버섯 등의 식재료를 메인으로 그 외 다양한 부재료를 이용한다고 한다. 홍연의 정수주 주방장은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불도장을 만들기 위한 상탕(최고급 육수) 준비를 한다”며 “노계·닭발·족발 등을 넣어 8시간 우려낸 1차 육수에 노계·사태·족발을 넣고 다시 4~5시간 쪄낸 다음, 메인 재료인 건해삼·건전복·소힘줄·오골계·송이버섯을 넣고 4시간 이상 추가로 쪄내면 불도장이 완성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올 여름엔 ‘홍연’의 불도장을 외부에서 도시락 세트로도 즐길 수 있다. 친환경 소재이자 고급스러움의 상징인 도자기 그릇에 담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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