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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한대씩” 학생선수 체벌 악습…서울교육청 “단순 폭언도 중징계”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생 때부터 맞았죠. 평소 기록에서 1초 늦을 때마다 한대씩이요. 옆에 있는 오리발이든 신고 있던 슬리퍼든 손에 잡히는걸로 막 때리더라고요"

대학 졸업 후 운동을 그만 둔 전 수영선수 이 모씨는 학창 시절의 기억이 즐겁지 않다. 훈련과 함께 따라온 체벌 때문이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체육계 폭력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14일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운동부 미래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를 바탕으로 학교체육 전문가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

서울교육청 "지도자의 단순 폭언도 중징계" 

교육청은 앞으로 서울 지역 초·중·고 학교운동부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조치하고 보호자에게 피해사실을 통보하기로 했다.

또한 가해자가 학교운동부 지도자인 경우 바로 직무정지하고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단순 폭언도 중징계가 가능하도록 학교운동부지도자 징계양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학교체육진흥회, 스포츠 인권 전문기관과 함께 학생선수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교육청 내 학생선수고충처리센터(☎3999-571)를 상시 운영해 인권침해 사례를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주관 '2019 대학운동부 학생선수 소양교육'에서 한 강사가 스포츠 인권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 주관 '2019 대학운동부 학생선수 소양교육'에서 한 강사가 스포츠 인권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뉴시스

주중 하루는 '훈련 없는 날'로 지정 

교육청은 아울러 주중에는 훈련하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선수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월~금요일 중 하루는 '훈련 없는 날'로 지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부상 예방을 위해 하루 최대 훈련시간이 초등학생 2.5시간, 중학생 3.5시간, 고등학생 4.5시간을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훈련 없는 날과 훈련시간 가이드라인은 내년(2021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운동부에서 의무 시행하며 2022년에는 초·중·고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정규수업을 이수한 후 훈련에 참가하도록 하고, 주중 대회참가로 인한 출석인정 결석일수를 매년 줄여나가기로 했다. 서울 관내 학생선수 중 최저학력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의 비율은 지난해 기준 19%(1728명)에 이른다.

교육청은 최저학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학생선수의 경우 다음 학기 대회 출전을 제한하고, 온라인 학습플랫폼 '학생선수 e-school(http://www.e-school.or.kr)을 통해 중·고교 학생의 교과 학습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운동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이밖에 학교운동부 후원회의 불법찬조금 조성과 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적용해 비위 관련자를 엄중 징계하고, 학교선수 학부모를 대상으로 청렴·인권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학생선수 자치회 조직(가칭 주장단 회의)을 만들어 학생선수의 인권 향상과 진로 교육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엘리트체육의 성과주의 한계로 드러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며 "학생선수, 학부모, 지도자, 학교관리자, 체육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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