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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옵션 추가 선택 꼼수…대놓고 세금 63만원 안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올 상반기 6839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올 상반기 6839대가 팔려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올 상반기 7079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4위에 오른 테슬라코리아가 고객들의 세금 회피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테슬라의 독특한 판매방식 때문에 현행 제도에 ‘구멍’이 난 결과란 분석도 있지만, 고객의 세금 회피를 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옵션(선택 사양)으로 판매하는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 Driving)’ 기능은 구매 단계에서 선택할 때와 추가 구매할 때 최종 비용이 달라진다. FSD 옵션은 이름과 달리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2.5 수준의 반(半)자율주행 기능이다.

다른 완성차는 출고 단계에서 기능을 넣거나 빼지만, 테슬라는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설치·업데이트하는 방식이어서 추가 구입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 설치만으로 반자율주행 기능을 넣을 수도, 아예 뺄 수도 있단 얘기다.

제도 미비인가, 세금 회피 방조인가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FSD는 온라인 구매 단계에서 선택하는 것보다 추후 구매해 업데이트 받는 게 더 싸다. 온라인으로 팔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추가하는 테슬라의 판매방식과 세금제도 사이에 회색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의 반자율주행 기능인 FSD는 온라인 구매 단계에서 선택하는 것보다 추후 구매해 업데이트 받는 게 더 싸다. 온라인으로 팔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추가하는 테슬라의 판매방식과 세금제도 사이에 회색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 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내는 취득세는 전체 차량가의 7%를 내도록 돼 있다. 테슬라 구매자들은 차량 구매 단계에선 FSD를 선택하지 않고 나중에 옵션을 추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내 FSD 옵션 가격은 904만3000원이다. 구매 단계에서 선택하면 취득세 7%인 63만3010원을 더해 967만6010원을 내야 하지만, 추후 구매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테슬라 구매자 사이에선 ‘취득세 아끼는 팁’으로 FSD 옵션을 추후 구매하는 게 이미 일반화돼 있다. 옵션을 처음부터 선택하면 ‘자동차 판매가격’에 들어가 취득세 대상이지만, 추후 구매할 때엔 취득세 대상이 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테슬라가 세금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며 자동차 구매자가 내는 세금이 테슬라의 판매 방식(온라인 전용)과 제도가 달라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크고 작은 고객 불만은 커진다. 가장 큰 불만은 조립 품질이다. 테슬라 구매자 모임에선 “단차(段差·평평해야 할 외장 부품 간에 높낮이나 큰 틈이 발생하는 것)가 너무 크다”라거나 “도장 품질이 엉망이고 새로 인도받은 차에 흠집이 많다”는 등의 불만이 적지 않다.

테슬라는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J.D파워가 실시한 자동차 초기품질지수(IQS) 평가에서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J.D파워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는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J.D파워가 실시한 자동차 초기품질지수(IQS) 평가에서 조사 대상 브랜드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J.D파워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차량 품질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교환이나 환불이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더 어렵다. 최근 테슬라 모델3를 산 회사원 신정현(45) 씨는 “도장이 일부 벗겨지고 차 문 부품 조립 상태가 좋지 않아 인수를 거부하려 했지만, 이미 등록과 보험가입까지 완료된 차여서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완성차 관계자는 “애프터 세일즈(AS) 수리로 해결될 수 없는 사항으로 판단하면 보험 가입과 차량 등록을 마쳤더라도, 소비자 관련 법에 따라 교환·환불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늘면서 고객 불만도 급증  

테슬라 측은 ‘인수 거부’를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AS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수리 안내를 해주고 있고, 도저히 불가능한 하자의 경우엔 교환·환불을 해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게 테슬라코리아의 설명이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규정은 보조금 승인을 받은 뒤 취소하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일정 기간 보조금을 다시 신청할 수 없게 돼 있다. 테슬라 측은 “고객들이 이런 규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내를 해 드리면 AS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그런 점을 감수하더라도 원하는 경우 환불해 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테슬라 전용 무료 고속충전기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충전하는 모습. 테슬라 판매가 급증하면서 슈퍼차저 부족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테슬라 전용 무료 고속충전기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운전자가 충전하는 모습. 테슬라 판매가 급증하면서 슈퍼차저 부족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 밖에도 국내 아홉  군데(정식 센터 2곳, 위탁 수리업체(바디샵) 7곳)뿐인 AS 네트워크나 32곳에 불과한 슈퍼차저 스테이션(테슬라 전용 무료 고속충전소)도 테슬라 고객들의 불만이다. 테슬라 측은 “서비스센터와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계속 확충하고 있지만,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올해 한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32%를 기록하며 독주하고 있다. 국가보조금과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대당 100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고 있어, 올해 2만대 가까이 팔린다면 보조금만 2500억원을 가져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자 안전과 권익 더 신경 써야" 지적도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에 불이익을 주거나 과도한 규제를 하진 않더라도, 국내 소비자의 안전이나 권익과 관련한 사안은 적극적으로 개선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혁신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면서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며 “애플 아이폰처럼 다소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만족하는 게 테슬라 고객들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모델3의 실내. 계기판이 없는 등 국내 안전규정에 어긋나지만 한·미 FTA로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해줘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일부 자동차 전문가는 테슬라의 사용자경험(UX)가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3의 실내. 계기판이 없는 등 국내 안전규정에 어긋나지만 한·미 FTA로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해줘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일부 자동차 전문가는 테슬라의 사용자경험(UX)가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이 교수는 “하지만 안전이나 권익과 관련한 부분은 규제 당국과 테슬라코리아가 모두 한국 시장 눈높이에 맞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한·미 FTA 개정으로 제조사당 5만대까지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하도록 했는데,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재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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