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금 폭격에 혼란스런 부동산 시장 "퇴로없이 압박, 숨막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 세제 대책이 나왔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10일 다주택자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부동산 세제 대책이 나왔다. 사진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1억 세금을 내라고 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7ㆍ10 부동산 대책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은 사업가 김모(61)씨 얘기다.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83㎡)를 보유한 2주택자다. 그가 내년에 낼 보유세는 9644만원으로 올해(4650만원)의 2배로 오른다. 김 씨는 “그야말로 세금 융단 폭격인데, 양도세 감면 혜택도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세금 코너에 몰린 다주택자, 증여로  

6ㆍ17대책이 나온 지 보름여 만에 다시 나온 22번째 대책에 다주택자의 타격이 가장 크다. 종부세는 두배로 오르고, 양도세는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집을 보유하는 것도, 파는 것도 어렵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는 “다주택자에 대한 온갖 세금을 죄니 이참에 증여하자고 생각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6월부터 다주택자 중과세율이 인상되면 최고 72%가 돼, 증여세 최고세율 50%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양 세무사는 “매매 시세차익이 큰 경우 당장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폐지될 줄 알았으면 임대사업 등록 안 해”

혼란스러운 건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임대사업자도 마찬가지. 정부는 4년 단기 임대와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예컨대 단기 임대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4년)이 지나면 더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임대의무 기간이 지나면 임대사업자 등록이 자동 말소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단순히 다주택자로 분류돼 종부세 합산 배제는 물론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사업가 양모(47)씨는 “정부 말만 믿고 한 건데 갑자기 투기꾼으로 몰아 (단기와 아파트) 임대사업자를 없앤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폐지되면 보유세 부담에 즉시 정리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제값 받고 팔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임대사업 폐지(다가구ㆍ다세대 제외)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온다. “등록 때 의무기간이 지나면 자동 말소된다는 조건은 없었다. 지금이라도 소송해야 한다”“3년 만에 세제 혜택이 폐지 될 줄 알았다면 임대사업등록 안 했다”“정부가 장려해 권한 제도인데 왜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 등이다.

"매물 잠김 해소 제한적" 

셔터스톡

셔터스톡

이번 추가 대책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끌어올려 ‘다주택을 보유하지 말고 팔라’는 메시지다. 과연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으로 매물 잠김이 해소되고, 집값은 안정세를 찾아갈까.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종부세율이나 양도세율 중과가 인상되는 게 내년 6월이기 때문에 당장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온갖 세금을 죄어놨기 때문에 매매시장은 한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보유세와 거래세가 동시에 무거워진 상황이라 버티기 수요에 의한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며 “일부 다주택자는 매각 대신 증여로 보유세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집값은 수요 억제책이 아닌 강력한 공급 대책이 나와야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책은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빠져있다”며 “시장에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확실한 신호를 줄 수 있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등 현실적인 공급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