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수사팀 지휘하는 대검 주무과장 "수사팀 문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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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뉴스1]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지휘, 감독하는 대검찰청의 실무 주무과장이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영진 대검 박영진 형사1과장(부장검사)은 8일 오후 3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 올린 글에서 "대검 부장회의의 사안 설명 요청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진행 중에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했다'고 수사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깊은 아쉬움을 표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과장은 수사팀의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청구 예정 보고에 대해 대검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지휘한 배경도 설명했다. 박 과장은 "대검 실무진은 그동안 수사팀으로부터 보고받은 제한된 자료와 자체적으로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아무런 예단과 편견 없이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해 검토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제한된'이란 표현으로 수사팀의 보고가 부실했음으로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박 과장은 "보다 정밀한 법리 검토화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으나 이 방안들이 시의적절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수사팀이 대검의 정당한 지휘를 따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앞서 수사팀의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8일 오후 6시쯤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중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대검 주무부서인 형사부에 수사상황 일일 보고 등 사전 사후 보고를 하고 대검 지휘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MBC와 '제보자X'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조차 없었는데 어떻게 치우침 없는 수사가 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 부장의 글은 같은 날 대검 감찰2과장을 지낸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먼저 올린 글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 정 부장은  "권·언 유착 부분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고 (채널A 기자 등에) 강요미수 혐의를 단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 및 비정상적 행태 이후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고, 이대로 완벽한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수사팀을 비판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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