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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의 난' 거치며 원수로…신동주·민유성 소송 반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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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유성 고문(왼쪽)과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2015년 서울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유성 고문(왼쪽)과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나무코프 회장)이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상대로 요구한 100억 원대 자문료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다툼 때 ‘오랜 친구’라고 서로를 소개했던 두 사람이 1심과 2심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7일 서울고등법원 민사34부는 민 회장이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107억원의 자문료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심에서 신 전 부회장이 패소한 부분도 취소했으며 소송 총비용은 민 회장이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에게 약 75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민 회장이 청구한 금액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1심 재판부는 신 전 부회장이 자문 계약을 해지해야만 할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다고 봤고,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민 회장 측의 청구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은 롯데가 형제의 난이 발생한 2015년으로 거슬러 간다. 신 전 부회장은 그해 1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해임됐다. 이후 그는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면서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 하지만 5차례에 걸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패배했다. 최근에는 “후계자는 신동빈으로 한다”는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가 되며 후계 구도를 더 공고히 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9월 민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조력자가 됐다. 이들은 ‘프로젝트 L’이란 경영 자문 계약을 맺었고, 민 회장은 자문료 182억여원을 받았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7월 계약을 해지했고, 이듬해 1월 민 회장은 추가로 받아야 할 14개월 치 자문료 107억가량을 더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2년여의 소송을 거치며 친구였던 두 사람은 조의를 거부할 만큼 사이가 틀어졌다. 2015년 당시 민 회장은 국책은행장 출신으로 민간기업 경영권 분쟁에 관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오랜 친구’라고 두 사람 사이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민 회장이 법정에서 작고한 신 명예회장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다가가자 신 전 부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프로젝트 L’의 내용이 재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민 회장은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프로젝트는 호텔롯데 상장 무산, 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신 회장 구속 등을 목표로 했다.

지난해 5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민 회장의 행위는 민간인 신분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련된 일을 잘 처리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자문 계약을 맺고 그 대가로 엄청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며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소지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롯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역시 지난해 6월 롯데면세점 재승인 탈락 등 2015년부터 겪은 기업의 어려움 뒤에 민 회장이 있었다며 같은 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해당 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에서 수사 중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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