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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열제 10알 먹고 제주여행한 확진자…1억3000만원 손배 소송

중앙일보

입력

제주국제공항 외부에 설치된 돌하르방에 코로나19 예방 홍보를 위한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국제공항 외부에 설치된 돌하르방에 코로나19 예방 홍보를 위한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해열제를 10알이나 먹어가며 제주여행을 한 60대 남성에게 1억3000만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기로 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3월 30일 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여행을 강행한 서울 강남구 모녀를 상대로 1억3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3월 여행강행 '강남 모녀' 이어 두 번째 #전세버스 이용하며 제주도 곳곳 누벼 #접촉자 57명 격리, 방문업소 임시폐쇄 #제주도 "여름 성수기 앞두고 단호 대처”

 제주도는 7일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A씨(60대 남성)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피해를 본 제주도내 관광 관련 업체 2곳과 함께 이르면 오는 9일 1억3000만 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주지법에 접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A씨가 해열제까지 복용해가면서까지 제주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A씨의 확진 판정 후 그가 방문했던 업체 2곳은 직원격리와 업소 임시폐쇄 조치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는 방역비와 자가격리 비용 등을 감안해 총 배상 청구액을 산정했다. A씨가 제주를 활보하면서 접촉한 56명이 격리된 가운데 A씨가 방문한 관광지와 음식점 등 21곳에 대해 고단위의 방역이 이뤄지고, 일부는 휴업에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제주도내 한 관광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관광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한 관광지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관광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안산시민인 A씨는 지난 6월 15일 오후 2시50분 제주에 도착해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6월 18일 낮 12시35분 제주를 떠났다. A씨는 입도 다음날인 16일부터 몸살과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해열제 10알을 이틀에 걸쳐 복용하고 관광지와 식당 등 10여 곳을 방문했다.

 그는 입도 첫날인 6월 15일에는 제주시 삼해인관광호텔에 머물며 용두암, 용연다리, 도두봉, 광치기해변, 동문시장 등의 관광지를 방문했다. 제주도는 A씨의 진술과 강남구 보건소의 역학조사 자료, 여행사 및 폐쇄회로TV(CCTV) 등을 확인한 결과 A씨가 제주에 머문 기간 동안 대부분 전세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제주도내 한 관광지 직원이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한 관광지 직원이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코로나19와 관련해 비상식적인 제주 여행객에 대한 제주도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월 제주도는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유증상에도 제주여행을 강행한 B씨(19·여) 등 강남구 모녀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제주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B씨 모녀의 행동이 제주도와 도민들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접촉자 45명이 격리됐고, 방문 장소 20곳에 대한 방역과 함께 일부는 휴업에 들어가서다. 미국 유학생인 B씨는 지난 3월 20일 어머니 등 일행 3명과 함께 제주를 방문해 4박 5일간 제주 관광을 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B씨 모녀는 제주 입도 첫날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였음에도 여행을 강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주 관광지 곳곳에 마스크 착용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최충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제주 관광지 곳곳에 마스크 착용 홍보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관계자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에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유증상자의 여행 강행에 대한 일벌백계의 의미”라며 “유증상자의 경우 수많은 추가 감염자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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