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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옥상 끌고가 '뒤질거면 혼자 죽어' 협박" 추가피해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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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이 감독과 선배 선수의 폭행 및 폭언을 폭로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팀에서 함께 운동했던 동료들이 감독과 선배 선수의 폭행 및 폭언을 폭로했다. [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감독과 선배 선수의 폭행·폭언을 폭로했다.

고 최숙현 팀 동료 기자회견 #경주시청 감독과 주장의 왕국 #

현역 선수 두 명은 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나와 "우리는 고 최숙현 선수와 함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 생활을 한 동료 선수다. 오늘 우리는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어렵게 용기를 낸 만큼 익명을 요구했다.

최 선수는 올 2월부터 사망 전날까지 4개월여 동안 여섯 차례나 국가인권위원회·검찰·경주시청·대한체육회·철인3종협회에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진정서를 내고 고소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없었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선수는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우리를 집단으로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날짜와 상황이 언급됐다. 최 선수가 2016년 8얼 점심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감독이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새벽까지 함께 토하게 하고 다시 먹도록 했다고 했다. 견과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 뺨, 가슴을 때린 일도 있었다고 했다. 또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고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운동처방사)가 최 선수를 술자리로 불러 폭행했다고 했다.

두 선수는 "경주시청에서 뛰는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고 자신들도 폭행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팀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선수들을 이간질하고 따돌렸다.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줘 스스로 무너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장) 선수 앞에서 우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다. 같은 숙소에서 지내 24시간 폭행·폭언에 노출됐고, 제 3자에게 말하는 것도 감시 받았다"고 했다.

한 선수는 "훈련 중 실수하면 물병으로 때리고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를 멱살을 잡고 옥상으로 끌고 데려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해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사정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 훈련에 빠졌다고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때려 피멍 등 부상을 입었다. 피로골절로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에선 주장 선수가 '꼴보기 싫다.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라'고 해서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 숨어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장 선수가 최 선수에게 가한 폭력·폭행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두 선수는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다른 선수들과 이간질해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다. 숙현이 언니가 팀닥터에게 맞고 방에서 혼자 휴대폰을 보며 크게 울고 있자 '쇼하는 것이다. 휴대폰을 보고 어떻게 우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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