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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상상·추론으로 음모론 펼쳐" 최승호 공개비판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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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전 MBC 사장. [연합뉴스]

최승호 전 MBC 사장. [연합뉴스]

최승호 뉴스타파 PD(전 MBC 사장)가 ‘18대 대선 조작설’과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주장해온 방송인 김어준에게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대선 조작설’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에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최 전 사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초 개봉한 세월호 다큐멘터리 ‘유령선’(감독 김지영)을 언급하며 ““김어준 총수는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고, 때로는 영화를 만든다. 강한 반박이 나오면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김어준. [뉴스1]

방송인 김어준. [뉴스1]

또  “김어준 총수가 만든 영화를 뉴스타파가 검증하는 것이 벌써 3번째다. 18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더 플랜’(감독 최진성)과 ‘누군가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그날, 바다”(감독 김지영)의 핵심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3번째 검증하는 것“이라며 “어떤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곧바로 누군가의 조작이나 음모로 연결시키는 김어준이나 김지영 감독의 ‘사실에 대한 접근방식’은 문제있다”고 지적했다.

‘유령선’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선박의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조작 문제를 다뤘다. 김어준이 제작자로 나섰고, 배우 박호산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지난 4월 15일 개봉해 2만 관객을 모았다.

뉴스타파는 지난 3일 ‘그들에게만 보인 유령선… 세월호 참사일 제주VTS 항적 조작설 검증’이라는 영상을 통해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 1000여 척의 선박, 16만개의 AIS 테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화 ‘유령선’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전 사장은 또 “김어준 총수는 ‘더 플랜’에서도 18대 대선 개표 결과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으면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먼저 취재했어야 했다.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그런데 김어준 총수는 선관위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조작과 음모라는 확신을 가진다”며 “‘더 플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부정개표에 의해 당선된 것이 된다”고 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유령선' 포스터. [사진 엣나인필름]

세월호 다큐멘터리 '유령선' 포스터. [사진 엣나인필름]

이에 ‘그날, 바다’ ‘유령선’의 김지영 감독은 5일 본지와 통화에서 최 전 사장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그는 “뉴스타파는 2014년, 2018년 세월호와 내 영화에 관해 허위보도한 바 있다. 그 사실을 올 4월 25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새 증거 들고 온 '유령선' 감독 "반론 있다면 갖고 오시라")를 통해 폭로했다”면서 “그 동안은 최승호 피디가 밑에 기자들이 세월호에 관해 허위보도하는 사실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이번 최 피디 발언에 매우 크게 실망했다. 다함께 허위보도 낸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된다”고 했다. 또 "뉴스타파의 지난 3일 보도를 뒤엎는 반론을 곧 내놓겠다”고 전했다.

최승호 PD 페이스북 전문

 김어준 총수가 만든 영화를 뉴스타파가 검증하는 것이 벌써 3번째입니다. 18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더 플랜〉과 '누군가가 고의로 세월호 앵커를 내려 침몰시켰다'고 주장하는 〈그날 바다〉의 핵심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3번째 검증을 하는 것입니다. 〈유령선〉은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상영돼 그다지 많은 관객이 보지는 않았지만 '세월호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침몰됐다'는 주장을 계속 이어간 영화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인지 밝혀달라'는 세월호 유족분들의 요청에 의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저는 김어준 총수나 김지영감독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사실에 대한 접근방식'이 좀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중요한 문제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면 그것을 곧바로 누군가의 조작이나 음모로 연결시키는 태도 말입니다. 취재자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럴 때는 성급하게 단정해 음모론적인 추론을 하기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선 알아봐야 합니다. '취재'를 해야 합니다. 세월호 AIS데이터가 정상적이지 않은 형태라는 것을 발견했으면 왜 그런지 알아봐야합니다. 누구에게? 그 데이터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이나 기관에 알아봐야죠. 〈유령선〉의 제작진이 그런 취재를 했다면 아마 오래지 않아 'AIS데이터를 수신한 수신기가 중국 선전에 있는 회사 것이라서 그 회사 위치 데이터가 수신기의 초기값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지 중국 선전에서 어떤 세력이 고의로 세월호 AIS데이터를 조작한 것은 아니다'는 업체 관계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굳이 김어준총수와 김지영감독이 중국 선전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비극적 사건에 대한 섣부르고 위험한 주장을 세상에 내놓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너무나 엄중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해서 진실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어지럽히고 조롱당하도록 만드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더 플랜〉에서도 김어준 총수는 같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18대 대선의 개표 결과에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했으면 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먼저 취재했어야 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직접 중앙선관위를 접촉해 자신이 갖고 있는 의문을 제시하고 답변을 요구했다면 아마도 선관위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왜 K값이 1.5일 수 있는지 알려줬을 겁니다.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나이든 분들이 투표지에 도장을 정확하게 찍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전자개표기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미분류표를 더 많이 생성한다는 이야기니까요. 문재인 후보보다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들 중에 노인층이 많아서 미분류표가 일관되게 더 많이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김어준 총수는 선관위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조작과 음모라는 확신을 가집니다. 마침내 19대 대선 직전 〈더플랜〉이 개봉되고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수개표를 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커집니다. 그런데 19대 대선 결과 K값은 18대 대선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더 플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대통령도 부정개표에 의해 당선된 것이 됩니다. 중앙선관위는 〈더 플랜〉 측에 18대 대선의 투표지를 함께 검증하자고 요구했는데 김어준 총수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김어준 총수는 〈더 플랜〉 제작과정에서 선관위에 취재요청을 했다고 했지만 선관위는 부정했습니다. 〈더 플랜〉측으로부터 일체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선관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어준 총수는 비슷한 패턴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칩니다. 때로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무시합니다.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합니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가 언론이 얼어붙었을 때 사이다같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도 PD수첩에서 쫓겨나 아무 일도 못할 때 〈나꼼수〉의 역할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를 구하러 나타난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늘날 김어준 총수의 영향력은 그동안 언론이 보여준 행태에 근본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김어준 총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론인입니다. 계속 이런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김어준 총수가 자신의 위상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만약 뉴스타파의 보도에서 틀린 점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지적하기 바랍니다. 토론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세월호 문제를 오래 취재했고 김어준 총수의 영화를 2번이나 검증한 김성수 기자가 원하는 일일 테니까요.

상상과 단정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견고한 취재'를 바탕으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사실'이 확립돼야 그것을 우리 사회가 진영의 나뉨이 없이 인정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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