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원봉사 대축제] 장애·문제아 봉사로 보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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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니?"

"응, 아주 … 좋아…."

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군동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장. 신라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한 '난장트기' 체험장엔 청소년 장애우들의 웃음꽃이 그칠 줄을 몰랐다.

한지공예 체험장에서 신종석(중3.지체장애1급.경남 마산시)군은 손거울에 붙일 한지에 풀을 너무 많이 발라 범벅이 됐지만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청소년 장애우들의 이날 나들이는 경남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마련했다.

경주를 찾은 장애우 65명은 모두 경남 마산의 혜림학교 학생들. 이들 대부분이 중증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나들이엔 보호자가 동행했다. 경남보호관찰소에 일시 머무르고 있는 부적응학생 35명의 장애우 또래들과 혜림학교 교사, 자원봉사센터 직원들이 이들을 도왔다.

이날 아침 마산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 장애우와 보호관찰 친구들은 처음 만났지만 금세 친해져 경주에 도착했을 땐 두명씩 단짝이 돼 있었다.

엑스포장 탁본 체험장에서 한 장애우는 돌을 너무 세게 두드려 문양을 뜬 종이가 찢어졌지만 기념으로 고이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천연염색 체험장에선 장애우들의 장난기가 기어이 발동했다. 손에 황토를 묻히자 갑자기 친구 얼굴을 황토로 '염색'한 것.

일일 보호자로 장애우 친구의 탁본 뜨기를 도운 朴모(18)군은 "우리가 하기엔 너무 쉬운 일을 장애우 친구들은 너무 힘들어했다"며 "건강한 몸을 가진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적응 학생은 학교생활 중 저지른 일시 잘못으로 봉사명령을 받은 아이들.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이들에게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날 인솔을 맡은 경남청소년자원봉사센터 최숙미(31)정보지원팀장은 "부적응 학생들은 장애우들을 도우면서 보람을 느끼고, 장애우들은 또래들과 야외에서 시간을 같이 하는 자체가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자원봉사대축제 이틀째인 7일에도 전국에서는 수많은 개인.가족.단체.기관.기업.학교의 봉사자들이 내고장을 가꾸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봉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주=송의호 기자<yeeh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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