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했던 엄마, 택시기사가 구급차 막아 숨졌다" 국민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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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응급 상황에 있던 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 때문에 이송이 지체돼 결국 환자가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3일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쯤 어머니의 호흡이 너무 옅고 통증이 심해 사설 응급차를 불렀다"며 "응급실로 가던 중 차선 변경을 하다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적었다.

이어 "차에서 내린 응급차 기사가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시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택시기사가 사건을 먼저 처리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청원인은 해당 택시기사가 사고를 처리하고 가야 한다며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등 말다툼을 10분간 계속해서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이 첨부한 블랙박스 영상. 청원인은 해당 택시기사가 사고를 처리하고 가야 한다며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등 말다툼을 10분간 계속해서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청원인은 환자가 위독하다고 재차 말하는 응급차 기사에게 택시기사가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너 여기에 응급 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라며 “"이거 처리부터 하고 가라 119 부를게"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응급차 기사와 택시기사의) 말다툼은 대략 10분간 계속해서 이어졌고 다른 119 구급차가 도착을 했다”며 “어머님은 무더운 날씨 탓에 쇼크를 받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도착을 하였지만 어머님은 눈을 뜨지 못하고 단 5시간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청원인은 “경찰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 밖에 없다고 하니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면서 “1분 1초가 중요한 상황에서 응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접수돼 수사 중"이라며 "택시기사와 유족들을 불러 1차 조사를 마쳤으며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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