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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납품하려' 탈일본'…TOK, 포토레지스트 韓서 생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업체 도쿄오카공업(TOK)이 자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해 포토레지스트(감광액·PR)를 국내에서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빛을 쏘여 선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 앞서 바르는 액체로, 극자외선(EUV)용 PR는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한국 수출을 규제한 품목 중 하나다.

일본 정부 수출규제 피하려 인천서 양산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OK는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물산과의 합작법인(TOK첨단소재)에서 EUV용 PR를 생산하고 있다. TOK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원하는 삼성전자를 위해 한국 생산을 늘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TOK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이전에도 자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송도 공장에서 포토레지스트 완제품을 소량 생산했지만, 최근에는 EUV용 제품까지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전자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에서 EUV를 쓰고 있다. EUV는 기존에 반도체 노광 공정에 쓰였던 불화아르곤(ArF) 대비 빛의 파장이 14분의 1 수준이어서 패턴을 보다 세밀하게 새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 2월에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EUV 파운드리 전용라인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D램 반도체 생산에도 EUV를 적용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모두 EUV 공정을 택하면서 포토레지스트가 대량으로 필요하게 됐고, 이에 따라 TOK도 대형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한국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TOK의 결정에는 미국 듀폰이 올 1월 "충남 천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미국 듀폰도 천안에 EUV용 PR 공장 건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직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포토레지스트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포토레지스트는 JSR·신에츠·TOK 등 일본업체가 특장점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일본기업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아이멕)이 2016년 현지 설립한 합작법인에서 EUV용 PR를 공수하기도 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한국에 수입된 포토레지스트 가운데 벨기에산 비중은 5.8%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0.4%)과 비교해 수입액 규모도 48만6000달러에서 872만1000달러로 18배가량 늘어났다. 벨기에산 PR를 수입하면서 일본산 비중은 91.9%에서 88.6%로 소폭 낮아졌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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