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원순표 ‘대선 교육공약’? 30년 이상 학교, 21조 들여 손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일 종로구 송월길 시교육청에서 ‘학교현대화 뉴딜,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 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일 종로구 송월길 시교육청에서 ‘학교현대화 뉴딜, 미래를 담는 학교 추진 계획’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21조원을 들여 881개 학교를 재건축하는 '학교 현대화 뉴딜'을 추진한다. 재원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가 부담하는 계획이라 교육계 안팎에선 사실상 박원순 시장의 '대선 공약'의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대화 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이날 박 시장과 조 교육감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와 사업 구상을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10년여 동안 지은 지 30년 이상 된 881개 학교(건물 1366동)를 개축 및 리모델링한다. 조 교육감은 새로 짓는 학교의 이름을 '미담 학교'(미래를 담는 학교)로 명명했다.

미담 학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에듀테크 기반 '스마트 뉴딜' ▶생태 중심의 '그린 뉴딜' ▶생활밀착형 사회 인프라 기반의 '공유뉴딜' 등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4월 6일 개학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룡 기자

지난 4월 30일 오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4월 6일 개학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룡 기자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원격수업 강화와 생태, 주민 친화 학교의 기조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춘 공항고등학교나 지역사회와의 공유공간을 갖춘 방학중학교 등을 예시로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미담 학교의 형태는 제시되진 않았다.

조 교육감은 모범 사례로 꼽힌 학교의 장점을 모은 '패키지형 학교'를 미담 학교의 형태로 제안했다. 조 교육감은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공간혁신사업의 모델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는데, 어떤 요소가 있으면 다른 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스마트 장비와 지역공유 시설 등을 함께 갖춘 학교를 미담 학교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21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인 학교 현대화 뉴딜은 10년여에 걸쳐 단계별로 추진한다.지만 현재로써는 중앙정부 사업으로 채택되는데 기대를 걸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시범단계인 사업 초반 5년 동안 17개 학교, 이후 5년 동안 47개 학교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10년 동안 투입될 예산은 8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조 교육감은 325개 학교는 시와 교육청 예산만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두 번째 임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두 번째 임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조 교육감은 "학교 뉴딜이 국가프로젝트로 선정되면 짧은 시간 안에 노후 학교를 모두 개선하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서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다면 단기간에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881개의 노후 학교를 모두 개선하는 예산으로 21조원이 추산됐다. 시와 교육청의 예산으로 8조6000억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예산은 국가프로젝트로 지정돼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아야 충당 가능하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형 뉴딜'에 학교 뉴딜을 포함되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최신 시설을 갖춘 미담 학교의 조성 기준단가(평방미터당 300만원 예상)가 기존 교육시설 건축비(평방미터당 185만6000원)보다 약 1.5배 비싸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맞춰 충분히 투자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기준 노후시설 교육환경개선사업에만 6627억원을 투입했다"면서 "현재는 방수, 창호, 외벽개선 등 분절적으로 추진돼 매년 방학 때마다 학교가 공사장이 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 클럽 경영자 조찬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 클럽 경영자 조찬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안팎에선 총 21조원 규모의 이번 사업이 대선주자를 꿈꾸는 박 시장의 교육부문 대선공약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사업 구상부터 의욕을 갖고 준비한 박 시장과 조 교육감은 교육부에 일부 자료만 제공하고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정책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무회의 배석자인 박 시장이 대통령 앞에서 학교 현대화 뉴딜을 국가 정책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사업 계획 자료에는 사업을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에 적용했을 때 필요한 예산도 포함돼있다.

또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대권을 꿈꾸는 박 시장의 교육 부문 공약의 밑그림을 담고 있는 사업이고 예산 상당 부분도 서울시가 부담한다"면서 "현재는 21조원 규모로 서울시에 한정해 발표했지만, 사업 규모는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