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겉표지만 보여준 압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 파기환송심서 뒤집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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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의 겉표지만 보여주고 영장 내용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위법한 압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단이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혔다. 압수수색 당시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압수영장 제시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된 준항고 사건 관련, 파기환송 재판부가 압수영장 제시가 적법하다는 준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피의자 A씨(27)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해 보완수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검찰은 B씨 등 3명이 피해를 본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이후 A씨는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영장 집행과정에서 영장제시가 위법하게 이뤄졌다는 이유로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준항고는 수사기관 처분에 대해 법원에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는 불복 신청이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신문을 받으면서 휴대전화 등을 압수당했다. 수사관에게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확인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겉표지만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A씨의 변호인이 조사에 참여하면서 영장을 확인했기 때문에 영장 제시를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는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원심 판단 뒤집은 대법원

대법원은 원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지난 4월 대법원은 “압수할 당시 A씨가 압수수색영장의 구체적 확인을 요구했음에도 수사관이 그 내용을 보여주지 않아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한 영장의 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재항고를 인용하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이 영장을 제시하면서 겉표지만 보여주고 뒷장의 구체적 범죄사실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적법한 영장 제시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검찰 수사관 진술서를 포함해 모든 기록을 파기환송 재판부에 보내고 영장 집행 경위에 관한 상세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준항고 재판은 검사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수가 아니라 재판부에서 검찰로부터 수사기록을 받거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판단한 후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차 뒤집힌 대법원 판단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전경. 심석용 기자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전경. 심석용 기자

사건을 되돌려받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대법원 판단을 재차 뒤집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A씨에게 압수영장을 적법하게 제시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3부(조종현 재판장)는 ▶압수영장이 변호인 참석 하에 집행되고 영장을 변호인에게 건네준 점 ▶A씨가 영장 집행 종료 이후 영장 열람을 요구한 점 ▶A씨가 제출한 녹취서가 수사관이 영장 열람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인 점 등 고려해 준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사기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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