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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김두관 바보 만든다고? 여권이 청년들 바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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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연합뉴스·뉴스1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둘러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설전이 뜨겁다.

처음 불을 당긴 건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 더 받는 게 오히려 불공정”이라는 26일 김 의원의 발언이었다. 이에 하 의원이 “청년들이 원하는 건 비정규직 전환도 공정한 경쟁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김 의원은 “그렇게 대단하다는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 검색이냐”고 재반박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하 의원은 “취업 실태를 모르는 김 의원 인식에 혀를 내두른다”고 했고, 김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하 의원이 앞뒤 자르고 교묘하게 비틀어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든다”며 “취업 재수를 마다 않는 청년의 목표가 3500만원 보안검색직원은 아니라고 물은 것”이라고 맞받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이와 관련 하 의원은 29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여권이 멀쩡한 청년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이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든다’고 했다
제가 김 의원을 바보 만든 게 아니라, 청와대와 여권이 멀쩡한 청년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전환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지적인데 자꾸 딴소리를 한다.
보안검색이 준비생들 목표냐는 발언에 대해
김 의원이 일부러 저렇게 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요즘 청년의 절박한 취업 실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먼저 정규직 전환 시 연봉은 3500만 원이 아니라 약 4300만 원이다. 토익, 컴활(컴퓨터 활용능력)에 매달리는 청년들 앞에 4300만원 받는 정규직 보안검색 공채가 뜨면 인생을 걸고 준비한다. 이런 현실을 알면 저런 말을 할 수 있겠나.
취준생 몫 빼앗기가 아니란 항변도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 ‘취준생 몫’이라는 게 따로 있나. 공무원 5급 시험 준비하는 청년과 7급 준비하는 청년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연봉 2300만원 9급 공무원 경쟁률이 200대 1인 세상이다. 9급 준비하는 사람은 날 때부터 9급 준비하는 게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줄을 서는 게 지금 청년들이다. 가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5월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월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인국공 사태'에 대해 여권 내에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꿨는데, 가짜뉴스가 왜곡된 논쟁을 불렀다”는 인식이 있다. 청와대도 28일 “5000만원 연봉, 로또 채용 등 가짜뉴스로 (논란이) 촉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 수 아래로 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배 아파하는 취준생들의 우월 의식”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청년들의 ‘우월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월 의식에 사로잡힌 것이다. 청년의 분노를 성적, 학벌 밀리는 사람이 정규직돼 배 아파한다고 위에서 올려다보며 비웃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청년은 ‘불공정’에 절규하는 것이다.
“좋은 자리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청년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이다. 정규직은 선(善), 비정규직은 악(惡)으로 규정하고, ‘악을 멸하고 선을 행한다’고 일차원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니 정부가 ‘선한 일을 한 건데, 왜 불만이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리를 정규직화해야지, 사람을 정규직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규직 자리를 늘리고 공정한 기회를 주면 되는 일이다.
청와대ㆍ여권에선 가짜뉴스가 문제라고 한다
그런 주장이 가짜뉴스다. 요즘 취준생은 정치인보다 정보가 더 빠르다. 잘못된 수치가 유통될 순 있지만 청년은 다 안다. 잘못된 정보에 청년이 휘둘리고 있다는 건, 일자리에 매달리는 청년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당 대안이 뭐냐는 냉소도 있다
나라 전체의 일자리 문제로 봐야한다. 일자리 시장이 망가졌는데 정부는 ‘나쁜 일자리 아웃’만 외친다. 비정규직만 문제가 아니라 취업자와 실업자의 벽이 커지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정규직을 늘리되 기회가 공정해야 한다.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겠다. 당내에서도 정책 대안을 준비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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