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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국가가 불렀을 때 내가 준비돼 있어 감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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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두려운 마음보다, 국가가 필요로 할 때 내가 투입돼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 감사했어요. ‘너희는 이미 준비돼 있다’는 학교장님 말씀에 용기를 얻고 비장한 각오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첫 임무완수 쌍둥이 간호장교 #3월 임관식 직후 국군대구병원행 #“고글 쓰면 땀이 찰랑찰랑 차올라 #병원·숙소외 외출금지 힘들었지만 #당신이 영웅, 환자들 말에 힘 얻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서운 기세로 대구·경북 지역을 강타한 지난 3월, 졸업·임관식을 앞당겨 치른 국군간호사관학교(국간사) 60기 간호장교 75명이 국군대구병원으로 투입됐다. 5주 간의 지원을 마치고 서울 국군수도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신나은(23) 육군 소위를 지난주 만났다.

신 소위는 “원래 임관 직후 받는 신임 간호장교 지휘 참모과정 교육도 대구를 다녀온 뒤 받았다. 그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간호장교 신나은 소위(오른쪽)는 쌍둥이 동생 신나미 소위와 함께 국군대구병원에 파견돼 코로나19 의료지원 임무를 맡았다. 고등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함께 졸업했다. [사진 신나은 소위]

간호장교 신나은 소위(오른쪽)는 쌍둥이 동생 신나미 소위와 함께 국군대구병원에 파견돼 코로나19 의료지원 임무를 맡았다. 고등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함께 졸업했다. [사진 신나은 소위]

국군대구병원에서 신임 간호장교들은 24시간 3교대로 일했다. “방호복 착용은 국간사 생도 시절부터 연습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덥고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며 “고글 안에 찰랑찰랑 차오른 땀이 아직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신 소위는 “확진자 간호를 하면서 병원과 숙소만 이동했고, 외출은 금지돼 체력과 정신적으로 모두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당신이 영웅이다.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경험’이라고 말한 환자들의 말, 그들이 병상에 남기고 간 편지, 초등학생들이 보내준 응원 편지, 전국에서 답지한 간식 등에 크게 감동하고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임무를 마치고 대구에서 나오면서,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에 동기들 모두 뿌듯해했다”고 전했다.

신 소위는 군인가족이다. 어릴 때부터 간호사를 꿈꿨는데, 장교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국군간호사관학교를 택했다. 졸업 땐 수석을 차지해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쌍둥이 동생 신나미 소위도 같은 고등학교를 거쳐, 국간사를 함께 졸업했고, 대구 지원도 함께 다녀왔다. 동생은 국군대전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신 소위는 “아버지가 GOP 부대에서 근무하신 얘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생도 3~4년 때 그 부대를 다녀왔다”며 “장병들의 힘든 생활을 잘 알게 됐고, 간호장교의 역할이 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신나은 소위

신나은 소위

이번 코로나19로 군 의료진 300여 명이 8주 동안 국군대구병원을 다녀왔다. 대구 파견을 끝내고, 국군수도병원에 근무하는 이인우 중위는 “‘내가 병균이 된 것 같다’며 두려움으로 울던 확진자가, 퇴원할 땐 병원과 국가, 의료진에 감사를 전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이 뿌듯한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소위도 이런 선배 간호장교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는 “연평해전이나 목함지뢰 폭발 사고처럼 국가를 지키다 다친 용사를 치료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간호장교는 의료 지식뿐 아니라 군사훈련까지 받는 군인이다. 신 소위는 “3~4학년 때 받은 재난간호 훈련이 이번 코로나19 대처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간호장교는 육·해·공군 소위로 임관한다.

신 소위는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육군을 지원했다”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라에 헌신할 수 있는 후배 간호장교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장교는 보호자라고 생각해요. 환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간호장교가 되겠습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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