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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땅 출신 안 부러워” 잘 나가는 실험실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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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45)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과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 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에서 윤세리는 재벌이자 독자적인 브랜드 ‘세리스 초이스’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 패션 사업가다. 영 앤 리치답게 드라마 초반에 화려한 패션과 주얼리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한껏 보여줬다.

윤세리가 착용했던 수많은 주얼리 중에서 검정색 정장과 함께 착용했던 핑크 골드 소재의 목걸이와 귀걸이는 천체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컬렉션으로 밤하늘의 마법 같은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별무늬 모티프가 들어가 있다. 윤세리의 이 주얼리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

‘사랑의 불시착’ 윤세리(손예진)가 착용한 별목걸이. [tvN 사랑의 불시착 화면캡처]

‘사랑의 불시착’ 윤세리(손예진)가 착용한 별목걸이. [tvN 사랑의 불시착 화면캡처]

2019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페넬로페 크루즈. 페어컷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했다. [사진 페넬로페 크루즈 인스타그램]

2019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페넬로페 크루즈. 페어컷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했다. [사진 페넬로페 크루즈 인스타그램]

2019년 5월 1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영화제.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화려한 드레스에 클래식한 할리우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드롭 이어링과 링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이어링과 링에는 총 15.2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었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이 페어 컷(물방울 모양) 다이아몬드 귀걸이에도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

윤세리와 페넬로페 크루즈의 새로운 주얼리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실험실에서 만든 크리스털과 합성 다이아몬드라는 점이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과연 무엇일까?

다이아몬드는 99% 이상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등축정계(입방체) 결정구조를 가진다. 모스 경도 10의 특성을 가진 광물로, 생성 과정에 어떠한 인위적 행위도 가해지지 않고 온전히 자연환경에서 생성된 광물이다.

반면, 합성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졌지만,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구성 성분, 결정 구조, 물리적 성질이 동일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감별 기법으로는 천연과 합성 다이아몬드의 식별은 불가능하다. 전문적인 장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저렴한 합성 다이아몬드가 수천만 원대의 다이아몬드로 둔갑해도 감쪽같다는 얘기다.

일반인에게는 식별이 불가능한 합성 다이아몬드가 전 세계 주얼리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지난 2018년에 FTC(Federal Trade Commission; 미국 연방통상위원회)는 “실험실에서 생장했든 땅에서 나왔든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로 결론 내린 바 있다.

라이트박스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사진 라이트박스]

라이트박스의 다이아몬드 주얼리. [사진 라이트박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인 드비어스(De Beers)는 연구소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주얼리 브랜드인 ‘라이트박스(Lightbox)’를 출시해 2018년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합성 다이아몬드를 공업용이 아닌 보석용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브루스 클리버 드비어스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아몬드 브랜드도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고 고정된 성 역할을 거부하는 젊은 세대와 가치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드비어스는 의도적으로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대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춰 천연 다이아몬드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라이트박스가 선보인 합성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1캐럿에 800달러(약 90만원) 선으로 광산에서 캐낸 천연 다이아몬드의 약 9분의 1 수준이다.

크리스탈 전문 기업 스와로브스키(Swarovski)도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드 다이아몬드(Swarovski Created Diamond)를 선택했다. 정교하게 커팅한 원석은 천연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빛난다. 드비어스의 라이트박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파인 주얼리 컬렉션인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를 선보이고 있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사진 스와로브스키]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사진 스와로브스키]

이처럼 주얼리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의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 진출은 다이아몬드의 핵심 구매층으로 떠오른 20~30대 젊은 층의 소비 행태가 바뀐 영향으로 풀이된다. 합성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채굴되어 불법으로 거래되는 다이아몬드와도 무관하다.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다.

국내는 어떤 상황일까? 합성 다이아몬드는 이미 주얼리 시장에 존재해왔다. 그러나 합성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로 둔갑하여 유통되거나 합성 다이아몬드를 천연으로 속여 팔거나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 혼선을 초래한다면? 기존 다이아몬드 시장은 물론 합성 다이아몬드 시장도 함께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지난 1월 8일 합성 다이아몬드의 건전한 유통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내 다이아몬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다이아몬드위원회(Korea Diamond Council 이하 KDC, 위원장 강승기)가 창립되었다. KDC는 ‘합성 다이아몬드 표준 가이드’를 제정했다. 판매자와 최종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한 내용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지침이다.

합성 다이아몬드 표준 가이드에 의하면 합성 다이아몬드를 설명하기 위해서 ‘다이아몬드’라는 단어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반드시 ‘합성 다이아몬드”라고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 영문 표기는 ‘synthetic diamond’, ‘laboratory-grown diamond’, ‘laboratory-created diamond’, ‘lab-grown diamond’ 또는 ‘lab-created diamond’ 5가지로 할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합성 다이아몬드가 전체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에 2%에 불과하지만, 2030년이면 1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KDC 합성 다이아몬드 표준 가이드가 이러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온실에서 키운 난초와 야생난이 똑같은 것처럼 합성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도 차이가 없다. 영앤리치의 대표주자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속 윤세리가 새로운 세대의 주얼리를 착용한 것처럼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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