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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北 테러지원국 유지” 발표했는데 여권선 “대북제재 완화 설득”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왼쪽). [AFP=연합뉴스]

남북관계가 북한의 도발과 숨 고르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24일(현지시간) 연례 테러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2019 국가별 테러보고서’ 게재 사실을 알리면서 북한과 시리아·이란 등을 가리켜 “반복적으로 국제테러 행위를 지원하는 국가”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으로 2017년 11월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 뒤 그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 국무부는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 858기 격추사건 등 과거 역사적인 테러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테러를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지정에 따라 무기 수출금지, 금융 제재 등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7개월 간 구금됐다가 지난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 결국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미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에서 체제전복 혐의로 17개월 간 구금됐다가 지난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국, 결국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미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한국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제기됐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2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외통위원장으로서 안보리 산하 대북 제재 위원들을 만나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제재의 일부 완화를 강력히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서 원래 예외사항으로 두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송영길 외통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송영길 외통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최근 결의안인 2397호(2017년 12월)를 보더라도, 북한이 소유·통제·운영하는 선박의 보험·재보험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인도주의적 목적에 따른 것일 때는 예외(11조 등)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실제 북한에 들어가는 물품 가운데 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게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대북제재위 판단에 따라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세계식량계획(WFP)·세계보건기구(WHO)·유니세프 등이 추진한 17건의 인도적 지원이 허용됐다.

특히 유엔 안보리 제재 완화는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가 시도했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연말 도발을 위협하며 긴장이 고조되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는 지난해 12월 안보리 이사국들에 북한의 노동력과 해산물 수출 완화 등을 담은 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 결의안을 기습 회람한 적이 있다. 물론 미국의 반대로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다.

이런 마당에 한국에서 안보리 제재 완화를 설득한다는 건 한·미 간 엇박자를 노출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군축·비확산 정례 보고서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FVD)를 위해 유엔과 미국의 제재는 국제사회가 단결된 채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해 9월 노무현재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10.4 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 특별강좌에 나선 문정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노무현재단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해 9월 노무현재단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10.4 남북정상회담 12주년' 기념 특별강좌에 나선 문정은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노무현재단 유튜브 영상 캡처]

이에 더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5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 북한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식량 및 의약품 지원 외 중국 등 제3국 여행사를 통한 개별 방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미국이 반대한다고 우리가 못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문 특보의 설명은 안보리 제재는 지켜야 한다는 취지인데, 미국의 독자 제재는 돌파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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