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남편 호르몬 이상 아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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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능, 근육, 성격 등 남자를 남성답게 만드는 남성호르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각종 질병이나 노화 등으로 인해 남성호르몬 이상을 겪고 있는 남편들이 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고 남성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하면 남편의 고통을 쉽게 덜어줄 수 있다.

남성도 갱년기 증후군이 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오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늘 피로에 지쳐 있고 불안해하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남편. 병원에 가봐도 별다른 이상이 없고 그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만 한다. 최근 의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이런 증상을 호소하고 있는 남성들 중 많은 수가 남성호르몬 결핍을 앓고 있다고 한다.

폐경기를 맞은 여성들이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나 피로감, 우울증,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후군을 겪듯이 남성도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이와 같은 증상을 겪게 된다.

남성호르몬 이렇게 만들어진다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결정하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뇌하수체와 고환을 원을 그리듯 도는 신체의 순환 작용에 의해 분비된다. 뇌하수체가 남성호르몬 분비량을 결정하는 총사령탑이라면 고환은 뇌하수체의 결정에 따라 남성호르몬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뇌하수체가 몸 속에 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있다고 판단하면 고환은 남성호르몬의 생산을 줄이고 반대로 적게 분비되면 뇌하수체의 판단에 따라 남성호르몬 생산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러한 순환체계가 어떤 원인에 의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남성호르몬 결핍의 주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남자들은 술자리와 흡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사람을 사귀는 데는 술, 담배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는 남성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나친 흡연과 음주가 남성호르몬 부족을 초래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식을 하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지 않다. 비만자, 특히 복부비만이 있는 남성의 경우 호르몬 농도가 낮게 나타난다.

남성호르몬 분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뇌와 고환에 질환이 생기게 되면 자연히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뇌하수체에 이상이 생기면 고환 크기가 작아지게 된다. 당뇨병환자의 경우 내분비적 요인으로 인해 호르몬 농도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신장염·간염·암·만성신부전증 등의 질환이 있는 남성들도 혈중 호르몬 농도가 많이 감소되어 있다.

30~40대에도 갱년기 증후군 온다

남성호르몬은 태아 때부터 이미 분비되어 남성의 성기를 발육시키고 출생 후 한살이 되기 전에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한다. 사춘기가 되면서 남성호르몬 분비는 점점 증가해 20~30대에 절정에 이른다. 40대 이후 70`~80대까지 남성호르몬은 지속적으로 분비되지만 60대 후반이 넘으면 조금씩 양이 줄어들게 된다.

최근 각종 공해, 복잡한 현대생활의 스트레스, 식생활의 변화, 운동부족 등으로 폐경기를 조기에 맞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러한 현상은 남성들에게도 나타난다. 60대가 넘어야 나타나는 남성호르몬 감소 현상을 30~40대부터 겪는 이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므로 나이가 젊다고 해서 갱년기 노화를 방심해서는 안된다.

남성호르몬 분비가 저하되면?

폐경기를 맞은 여성들이 폐경기증후군 증상을 느끼듯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남성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아무리 쉬어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고 식욕도 생기지 않으며 심한 불면에 시달리는 밤이 계속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삶의 의욕도 없어지고 심한 경우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정신적 증상과 함께 가슴 두근거림과 얼굴이 달아오르며 식은땀을 흘리는 신체적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호르몬 부족을 호소하는 남성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증상은 역시 성기능 장애다. 성욕이 줄어들고 섹스를 해도 쾌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치욕을 느끼게 되며 섹스를 피하게 된다. 이럴 때는 일단 병원을 찾아가 의사의 상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출처]여성중앙21 200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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