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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 해외 역유입 확산 비상···33명→41명→102명 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주춤했던 해외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확산세가 심상찮다. 수도권에서 시작한 집단감염 불씨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붙으며 방역당국이 “전국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내놨다. 한동안 소강상태라 한시름 놨던 해외유입 환자까지 경계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달들어 환자 증가세

주춤했던 해외발 확진자 다시 증가 

22일 0시 기준 신규 환자는 17명으로 이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6명이다. 미주 2명, 유럽 2명, 중국 외 아시아(방글라데시) 2명이다. 이날까지 해외에서 유입된 환자는 누적 1441명이다. 전체 환자(1만2438명)의 11.6% 수준이다. 내국인(1180명)이 10명 중 8명(81.9%)꼴로 다수지만 외국인(261명·18.1%)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일일 역유입 환자는 13·16·17일(13명)과 18일(12명), 20일(17명)을 제외하고 10명 아래로 꾸준히 유지됐다. 그러다 지난 21일(31명) 4월 5일(40명) 이후 76일 만에 최대치로 나왔다. 해외유입 환자는 첫주(1~7일)에만 해도 33명이었다가 8~14일엔 41명으로 늘었고 15~21일 102명까지 불었다. 이달 1~22일 신규환자는 총 935명 나왔는데 해외유입(182명)이 20%가량 차지한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주간 지역사회의 연쇄적인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져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며 “서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유입 환자도 증가하고 있어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온 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에서 온 입국자들이 방역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농번기 입국↑…외국인 입국자 200명 늘어

최근 해외유입 환자가 다시 늘고 있는 건 많은 국가가 봉쇄를 풀면서 입국자 자체가 증가한 데다 농번기 계절노동자와 선원, 해외 근로자 중 필요 인력이 돌아온 영향이 크다. 고득영 중수본 해외입국관리반장은 16일 브리핑에서 “국내 산업 수요에 따라 최근 해외 입국자가 늘고 있다. 금어기가 풀리면서 원양 어선, 농업 분야 계절 노동자가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4월 비자 심사 강화 조치 이후 하루 1000명대로 감소했던 외국인 입국자는 최근 1300명대로 다시 올랐다. 특히 단기 체류 외국인 입국자가 지난 4월 하루 평균 약 88명에서 6월 180명으로 두 배로 뛰었다.

코로나19 해외유입 환자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코로나19 해외유입 환자 급증. 그래픽=신재민 기자

유입 국가를 보면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 후베이성 우한발 환자를 시작으로 4월 초까지 유럽과 미주에서 유입되는 사례가 증가했지만, 최근에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아시아와 중동 국가 발 입국자가 다수 확진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같은 곳은 지역사회 감염이 워낙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감염돼 입국하면서 양성으로 확인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방역 관계자가 입국자에게 인식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방역 관계자가 입국자에게 인식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치료 역량 부담 가중 우려  

당국은 다만 현재의 특별입국절차만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와 입국 후 3일 이내 진단검사를 하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20일 “규모의 문제는 있을지언정 (확진자가) 발견되는 자체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해외유입 사례가 지역사회 2차 감염으로 이어진 경우도 아직 없다.

그러나 이동과정에서의 지역사회 노출이 일정 부분 불가피한 데다 해외 유입 환자가 늘 경우 치료 역량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국내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환자 수를 유지하도록 확산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당국은 이에 따라 23일부터 입국자 대비 확진자가 많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발 입국을 제한하기 위해 신규비자 발급을 최대한 억제하고 부정기적인 항공편 운항 허가를 중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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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던 싱가포르에서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중심으로 하루 수백명씩 확진자가 나왔던 것을 예로 들면서 사각지대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 등 신고나 감시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며 “관심을 갖고 검사소를 마련하는 등 체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소나 일터, 친목 모임 등으로 연결된 커뮤니티에서 생활하는 이주민 사회의 특성상 무증상 환자 한 명으로 인해 조용한 전파가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감염자가 다수 생길 때까지 모를 수 있어 대규모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정 본부장은 22일 해외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 관련 “최대한 국내에서 가능하면 고위험국가로 출국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고위험 지역에서 입국하는 경우 현재처럼 14일 정도의 검역을 통해 감염 여부가 확인된 이후 작업장이나 사업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는 중간적인 검역과정을 강화해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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