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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올해도 '돌려보낸 아이' 죽었다…사망 중 재학대 2건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3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군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3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7시 25분께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군은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1]

2018년 아동학대를 겪어 사망한 아이 가운데 이미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뒤 가정에 돌려 보냈다가 재학대를 당해 사망한 경우는 단 7%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천안과 창녕 등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를 보면 통계 수치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고쳐야 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이종성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2017~18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이 66명 중 4명이 이미 사망 신고 이전에 아동 학대로 인한 신고 이력이 있었다.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현황 및 재신고 건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5년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현황 및 재신고 건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통계에 따르면 2017~18년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이는 각각 38명, 28명이다. 이 중 이미 한 번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거나 모니터링, 부모 교육 등이 진행된 사례는 2017년 2명, 2018년 2명에 불과했다.

천안 가방 학대 사건도 재학대  

그렇지만 가정으로 ‘돌려보내진 아이’가 재학대로 사망하는 사고는 올해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두 차례다. 2018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건이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최소 두 차례 벌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1월 경기 여주시에서 학대받던 A군(9)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찬물이 담긴 욕조에 1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학대를 당한 건 처음이 아니었다.

A군은 이미 두 차례 학대를 당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맡겨져 21개월 정도 격리하고 있었지만 이후 A군의 부모가 “학교 보낼 나이가 됐으니 잘 돌보겠다”며 원가정 복귀를 희망해 가정으로 돌아갔다.

상담사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고 하지만 결국 A군은 가정으로 돌아간 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재학대로 사망했다.

지난 1일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혔던 피해 아동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지난 1일 여행용 가방 속에 갇혔던 피해 아동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 [연합뉴스TV 캡처]

지난 1일 충남 천안의 집에서 7시간 넘게 여행 가방에 갇혀 있다가 숨진 B군(9)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B군은 지난달 6일 머리가 찢어진 채로 순천향대 천안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치료한 의료진은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별다른 격리 조치는 없었다고 한다. 신고 닷새 뒤인 지난달 13일에는 상담원이 집을 방문에 B군의 부모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2주 뒤 B군은 가방에 갇힌 채 사망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손발이 묶인 채 의붓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C군(5) 역시 2017년에 이미 심한 폭행을 당해 보육원에 보내졌다. 이후 부모의 요구로 C군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원가정 복귀 한 달 만에 숨졌다.

관련 통계는 2년 치 뿐 

이처럼 매년 재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이가 발생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관련 통계는 단 2년 치뿐이었다. 2014~16년에도 3년간 66명이 학대로 사망했지만, 이 중 몇 명이 재학대를 당했지는 여부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이종성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에서 2014~16년 자료는 통계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2017년과 2018년에 집계된 4명의 사망 신고 경우 격리조치 된 적 없고 원가정 복귀 후 관리받던 가정에서 일어난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원가정 복귀 판단 시 전문성 키워야”

전문가는 관련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혜정 아동학대피해가족 협의회 대표는 “2020년이 된 지 6개월이 되도록 지난해 통계가 나오지 않을 만큼 아동학대 관련 통계는 부실한 상황”이라며 “사망한 아동 중 재학대 비율이 몇 명인지, 학대로 인해 중증 장애를 갖게 된 아이 중 재학대 비율은 몇 명인 지 세분화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쉼터와 같이 아이를 격리했을 때 필요한 시설 확충이나 아동학대 상담 직원의 처우 개선 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 자료부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중 재학대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아동학대 중 재학대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종성 의원은 “재학대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다시 학대의 현장으로 돌아가 사망하는 경우라도 없애야 한다”며 “원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졌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중 재학대 비율은 2016년 8.5%에서 2017년 9.7%, 2018년 10.3%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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