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주 예멘 난민’ 논란 그 후…지난해 0.4%만 난민 인정 받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의료봉사 부스에 몰린 예멘 난민 신청자. 건강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2018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앞마당에 마련된 대한적십자사 의료봉사 부스에 몰린 예멘 난민 신청자. 건강검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충일 기자

“난민의 날(20일)이지만 이날을 기념할 수 없어요. 난민 인정을 못 받은 신분이니까요.”

2018년 6월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오마르(가명)의 말이다. 그는 현재 난민신청인에게 발급되는 임시체류 G-1 비자를 받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오마르는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만 난민 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 1994년부터 난민신청을 받기 시작한 후 지난 4월까지 총 1052명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난민심사를 받은 2만 9463명 중 3.6%가 난민 인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난민 인정률은 줄어들고 있다.

난민 인정률 9.7%→0.4%

난민법 시행 후 난민 인정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난민법 시행 후 난민 인정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오마르의 말처럼 난민심사 신청을 해도 난민으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법무부와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1만 5452명이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건 79명뿐이다. 이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서 이미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재정착 난민을 제외하면 법무부 심사를 통해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42명이다. 난민심사가 종료된 9286건 중 0.4%만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셈이다. 난민인권센터는 “법무부의 난민 인정 심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재정착 난민을 제외한 인정률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난민 인정률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난민 인정절차 및 난민 처우에 관해 규정한 난민법이 처음 시행된 2013년 당시 난민 인정률(재정착 난민 제외)은 9.7%였다. 이후 감소해 2018년엔 3%, 2019년엔 0.4%를 기록했다. 난민 관련 소송을 맡아온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해선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며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인식한 탓인지 정부에서도 과거와 비교해 엄격한 기준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집트 반정부시위에 참여했던 난민신청자가 예전엔 난민 인정이 됐던 반면 최근엔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 신청자 수가 증가해 상대적으로 인정률이 낮아지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제주 난민’논란 2년 후…195명 여전히 체류

2019년 난민 신청 사유.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19년 난민 신청 사유.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지난해 법무부에 접수된 난민신청 사유를 살펴보면 기타(7010건)가 가장 많았으며 그 외 종교(3792건), 정치(1934건), 특정 집단구성원(1462건) 순이었다. 난민 인정자들의 국적은 미얀마 출신이 3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이란인이 각각 6명이었으며, 예멘 출신은 4명이다.

국내에서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약 2년 전 제주도에 예멘 난민신청자가 몰리면서부터다. 당시 무사증 제도로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은 561명이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예멘인은 언론인 출신 이스마일(32) 등 4명뿐이다. 지난해 기준 예멘인 195명은 인도적 체류자 지위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2019년 난민 인정자 국적.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19년 난민 인정자 국적.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제주 예멘 난민, 전국으로 흩어져”

2018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모여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 뉴스1

2018년 제주 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모여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 뉴스1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예멘인들은 현재 일자리를 찾아 전국으로 흩어졌다. 예멘인 오마르는 “당시 제주도에서 왔던 예멘인들은 나처럼 전국 각지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르는 “제주도에서 만난 예멘인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공유한다”며 “한국의 환경과 사람들, 일자리 모두 다 만족스럽지만 공통적으로 너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 연구를 해 온 서선영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도 “2018년 한국에 들어온 난민신청자들을 여럿 만났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