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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류현진 못봐 아쉽고, 안양 돌판삼겹살 그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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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아이스하키 대회가 연기되면서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은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달튼과 아버지, 아들 허드슨까지 삼대가 낚시한 모습. [사진 달튼]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아이스하키 대회가 연기되면서 한국 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은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달튼과 아버지, 아들 허드슨까지 삼대가 낚시한 모습. [사진 달튼]

“안양빙상장 앞 고깃집에서 구운 김치랑 같이 먹던 돌판삼겹살이 그립다. 한국에 가면 제일 먼저 달려갔었는데. 매일 갔던 링크와 팀동료, 코치들도 그립다.”

캐나다 머물고 있는 아이스하키 달튼 #2016년 귀화해 평창올림픽 수문장 #코로나로 대회 연기, 랜선 훈련 중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행 목표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한국 아이스하키대표팀 골리 맷 달튼(34·안양 한라·한국명 한라성)은 한국을 그리워했다. 2014년부터 한라 소속인 달튼은 2016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골문을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아이스하키가 멈춰섰다. 올해 예정됐던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세계선수권대회가 취소됐고,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예선은 내년으로 연기됐다. 달튼은 지난 2월 캐나다로 돌아가 계속 그 곳에 머물고 있다. 그와 17일 서면인터뷰를 했다.

한복을 입고 팀동료들과 한식을 먹는 안양 한라 골리 달튼(왼쪽). [사진 달튼]

한복을 입고 팀동료들과 한식을 먹는 안양 한라 골리 달튼(왼쪽). [사진 달튼]

달튼은 “캐나다는 코로나19 여파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가족과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들(허드슨)이 성장하는걸 지켜볼 수 있어 좋다”면서 아버지, 아들까지 삼대가 함께 낚시한 사진을 보내왔다.

캐나다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달튼은 “내가 사는 온타리오주는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조금씩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모든게 닫혀 있었지만, 이번 주부터 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몇몇 아이스링크는 10명 또는 그 이하로 출입제한을 두고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난 이번주부터 스케이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굉장히 흥분된다. 내 생애 이렇게 길게 아이스를 떠난건 처음”이라고 했다.

달튼과 그의 아들 허드슨. [사진 달튼]

달튼과 그의 아들 허드슨. [사진 달튼]

한국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든든한 수문장 맷 달튼(오른쪽)과 그의 아내, 아들. [사진 맷 달튼]

한국남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든든한 수문장 맷 달튼(오른쪽)과 그의 아내, 아들. [사진 맷 달튼]

달튼은 PC로 한국의 영자신문을 읽거나, 팀동료들을 통해 한국상황을 챙기고 있다. 달튼은 “한국은 코로나19 대처를 훌륭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가들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할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캐나다 사람들이 한국의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해서 내가 다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달튼은 3년 전 프로야구 두산 초청을 받아 시구를 했다. [사진 KBS N스포츠 캡처]

달튼은 3년 전 프로야구 두산 초청을 받아 시구를 했다. [사진 KBS N스포츠 캡처]

학창시절 야구를 즐겨한 달튼은 한국프로야구 두산팬이다. 달튼은 “운 좋게 캐나다 TV 스포츠채널에서 KBO(한국프로야구)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한다. 가족들과 아침식사하며 볼 수 있어 너무 좋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된) 메이저리그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경기를 볼 수 없다. 올 시즌 나의 팀에서 류현진이 던지는걸 볼 생각에 흥분했는데. 아들과 캐치볼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고 했다.

달튼은 2018년 11월 육군 수도군단에서 특공대원 체험을 했다. 얼굴에 위장크림을 칠하고 각개전투에도 참여했다. 달튼은 “가족과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간건지 의무적으로 간건지 묻더라(웃음). 한국은 괜찮고 걱정 안해도 된다고 말해줘야 한다. 북미 미디어는 항상 남북 긴장관계를 다룬다. 난 한국에 산다면 상황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준다”고 했다.

2년 전 얼굴에 위장크림을 칠하고 대한민국 육군 체험에 나선 맷 달튼(가운데). [사진 안양 한라]

2년 전 얼굴에 위장크림을 칠하고 대한민국 육군 체험에 나선 맷 달튼(가운데). [사진 안양 한라]

한국남자아이스하키대표팀은 올해 소집하지 않고, 아시아리그 새 시즌 개막일도 미정이다. 백지선(53·영어명 짐 팩) 한국남자대표팀 감독은 봄부터 4분짜리 온라인 강의 영상을 올려 ‘랜선 훈련’을 했다. 달튼은 “지난달 화상통화를 통해 동료들의 얼굴을 봐서 좋았다. 최근 결혼한 동료들을 축하해줬다”며 “감독님이 만든 비디오클립은 하키와 멘탈을 계속해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 세상이 안정을 찾아가듯, 하키도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백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세가지는 Dictate(지시하다), Anticipate(예상하다), 2 Passes away ready(패스의 두 수 앞을 내다보다)다. 이에 대해 달튼은 “상대보다 먼저 준비해 게임을 가져오는 것,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게임을 읽고 반응하는 것, 퍽이 어디로 향할지 미리 예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귀화 선수 골리 맷 달튼이 자신의 대한민국 여권을 들어 보였다. 대한민국 여권을 보유한 달튼은 캐나다에서 돌아올 때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내국인 줄을 선다. 임현동 기자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귀화 선수 골리 맷 달튼이 자신의 대한민국 여권을 들어 보였다. 대한민국 여권을 보유한 달튼은 캐나다에서 돌아올 때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내국인 줄을 선다. 임현동 기자

세계선수권은 내년 5월, 올림픽 최종예선은 내년 8월에 열린다. 달튼은 “올림픽 예선을 연기한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강행했다면 나라별로 공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달튼은 “내 목표는 항상 월드챔피언십(톱디비전) 승격이다. 내년에 디비전1 그룹A은 어느 때보다 힘들 것 같다. 강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가 내려왔다. 그러나 단기 토너먼트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우리 대표팀은 변하기 시작했다.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이 가세했지만, 우리는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인 올림픽 예선 통과도 어려운 과제지만 모든건 가능하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한 귀화선수들이 많지만, 달튼은 변함없이 한국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달튼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외국팀과 외국리그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한국이 더 좋아 거절했다. [연합뉴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태극마크를 반납한 귀화선수들이 많지만, 달튼은 변함없이 한국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달튼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외국팀과 외국리그에서 영입제의를 받았지만 한국이 더 좋아 거절했다. [연합뉴스]

2016년 귀화한 달튼은 “난 매년 한국에 있다는게 감사하다. 한라와 대표팀 동료들이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걸 볼 수 있고, 해외 원정경기 출국시 그들과 호텔과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즐겁다. 한국을 대표해 한국 유니폼을 입는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몇 년을 더 뛸 것 같은가’라고 묻자 달튼은 “어려운 질문이다. 한라와 계약기간은 올 시즌을 포함해 2시즌 남았고, 한 시즌 더 뛸 계획이 있다. 물론 3년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건 변수도 있고 가족들과 상의해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전히 하키를 사랑하고 열정이 있는한 계속 뛰고 싶다. 한라와 팀 코리아를 대표하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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