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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완벽한 미…홍콩에 소개된 한국 전통 의식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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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장 풍경.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장 풍경.

K팝·뷰티·드라마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K컬처가 공예를 중심으로 한 의식주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전 세계 공예인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 30인의 파이널 리스트에 선정되는 한국 공예작가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이미 유럽에 소개된 정해조(옻칠공예), 이상협(금속세공), 김준용(유리공예) 작가 등의 작품은 현재 런던·독일의 유명 갤러리들에서 영구소장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금융 중심지로 유럽인이 특히 많이 거주하는 홍콩에서도 최근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공예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7월 4일까지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주홍콩 한국문화원에서 열리는 ‘청풍명월: 인생을 향한 시’ 전시다. 총 3개의 공간으로 꾸며진 전시는 회회작품부터 사진, 오브제, 공예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의식주와 미의식을 소개하는 것이 주제다.
주홍콩 한국문화원과 함께 1년 간 이번 전시를 기획한 곳은 홍콩과 서울을 기점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며 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와 생활 용품을 소개하고 있는 솔루나아트그룹(Soluna Art Group·이하 솔루나)이다. 2017년엔 미국 최대의 공예페어인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Philadelphia Museum of Art·이하 PMA)’ 페어에 한국 작가 25명을 소개한 바 있으며, 올해는 서울디자인재단과 'DDP 명품 브랜드 사업 개발'을 함께했다. 한국에선 전통 공예 장인들과 현대 작가의 공예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사이트 솔루나리빙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1년 간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한 솔루나의 이은주 이사는 “전시제목인 청풍명월(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은 모든 게 조화로운 이상적인 시간을 의미하는데, 이는 자연과 더불어 살며 소박하면서도 완벽한 미학을 추구했던 한국인의 삶을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 채택했다”며 “일상의 의식주 속에 녹아 있는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소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정명조 작가의 극사실주의 회화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정명조 작가의 극사실주의 회화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정명조 작가의 극사실주의 회화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정명조 작가의 극사실주의 회화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자연에서 얻은 패브릭 소재로 달을 표현한 장지우 작가의 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자연에서 얻은 패브릭 소재로 달을 표현한 장지우 작가의 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궁중혼례복을 싸는 보자기를 재현한 이정숙 작가의 자수 작품.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궁중혼례복을 싸는 보자기를 재현한 이정숙 작가의 자수 작품.

이번 전시에는 총 16명의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됐다. 먼저 ‘의’ 공간에는 사진 같은 극사실주의 작품으로 유명한 정명조 작가의 그림, 이정숙 작가의 자수, 김경희 작가의 조각보, 장지우 작가의 거대한 패브릭 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조선시대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정명조 작가의 그림들은 섬세한 묘사와 컬러도 놀랍지만 ‘아름다움의 역설(The Paradox of Beauty)’이라는 제목답게 신분에 따라 각기 다른 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정면의 어둠을 바라보는 모습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가장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정숙 작가의 자수는 궁중혼례복을 싸는 보자기 작품을 재현한 것으로 그림과 문자를 이용한 문양 하나하나마다 소원을 빌어 담았던 옛 여인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의 모던 소반.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가구 디자이너 하지훈의 모던 소반.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서신정 채상장인이 대나무로 꾸민 소반과 이기조 작가의 매화 찻잔.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서신정 채상장인이 대나무로 꾸민 소반과 이기조 작가의 매화 찻잔.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문채훈 작가의 유기.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문채훈 작가의 유기.

‘식’ 공간에는 가구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하지훈 작가의 모던 소반, 허상욱 작가의 분청사기, 이기조 작가의 백자 매화 찻잔, 문채훈 작가의 모던 유기 등이 전시됐다. 역시나 자연과 더불어 음양의 이치와 균형을 잘 살렸던 한식은 전 세계에서 궁금해하는 아시아 문화 중 하나다. 이번 전시에선 오랫동안 음식을 담는 도구이자 풍류를 즐기는 도구로써 쓰여 왔던 백자·유기 등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한 현대인의 일상과 어우러지기 위해 발전해온 한국 공예의 현주소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오래된 한옥을 회화적 감성으로 촬영한 김우영 작가의 사진.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 오래된 한옥을 회화적 감성으로 촬영한 김우영 작가의 사진.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장 풍경.

솔루나아트그룹 '청풍명월' 홍콩 전시장 풍경.

‘주’ 공간에는 전통 한옥의 자연미를 회화적 안목으로 포착한 김우영 작가의 사진, 송광익 작가의 한지, 김용훈·김용철 작가의 그림, 이강효 작가의 분청 달 항아리, 서신정 작가의 채상 작품들이 전시됐다. 집 하나를 짓더라도 나무와 흙이 한 몸으로 조화를 이루고, 집 안팎에 자연을 가까이 두었던 한국인의 주거 문화에 대한 철학이 소개되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에 대한 홍콩 미디어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K팝과 드라마를 통한 이미지뿐 아니라 뿌리깊은 한국 문화의 아름다운 전통과 현대를 느낄수 있는 인상깊은 전시”(홍콩 오픈 TV), “한국인의 삶 속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의식주 문화를 현대 작가들의 능숙한 솜씨로 느낄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젯 매거진), “아름다운 사계절을 가진 한국의 자연환경이 삶과 문화 속에 어우러지면서 의식주를 통해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감명적인 전시”(아트맨) 등의 소개가 있었다.
이은주 이사는 “K팝, 드라마, 미술 등 여러 장르의 한국 문화가 소개되면서 의식주 전반에 걸친 라이프 스타일 취재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며 “순수 미술은 매니아가 특정지어 있는 반면 의식주에 활용돼온 그림·도자기·패브릭 등의 공예 예술은 ‘삶과 일상’이라는 면에서 접근하기 쉽고 스토리텔링도 공감대가 충분해서 더 반응이 좋다”며 “한자가 사용되는 등 중국과 닮은 듯 다른 디자인에 신기해하며 관심을 더 많이 갖는다”고 설명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솔루나아트그룹

솔루나아트그룹의 '청풍명월' 홍콩 전시 #순수회화, 공예 등 16명의 한국 작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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