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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 ‘열정남+성리학자’ 우승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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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가드 이대성(오른쪽)이 필라테스 강사 서보영씨 지도를 받아 동작을 취하고 있다. 수업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다. 최정동 기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가드 이대성(오른쪽)이 필라테스 강사 서보영씨 지도를 받아 동작을 취하고 있다. 수업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다. 최정동 기자

11일 경기 고양시의 한 필라테스 스튜디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선수 6명이 필라테스를 하고 있었다. 리포머라는 기구를 이용해 스탠딩 트위스트, 스쿠터, 플랭크 등 다양한 동작을 했다. 키 1m90㎝이 넘는 장신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연신 “끙끙” 소리를 냈다.

필라테스로 새 시즌 준비 오리온 #FA로 합류한 이대성 가장 열정적 #부상 없는 플레이로 우승에 도전 #감독 “신나게 하되 옆도 좀 보라”

서보영(31) 필라테스 강사는 “이달 첫 주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선수 6명씩, 두 그룹으로 1시간씩 진행한다. 필라테스는 농구 선수가 잘 쓰지 않는 속 근육, 척추와 골반 주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19~20시즌 프로농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조기 종료됐다. 그간 휴식하다 석 달 만인 이달 1일부터 팀 훈련을 재개했다. 올 시즌 오리온 지휘봉을 잡은 강을준 (55)감독은 “농구선수인 아들(삼일상고 1학년 강지훈)이 키 2m인데 필라테스를 배운다. 허리를 숙여 두 팔을 뻗으니 전보다 10㎝ 더 내려왔다. 유연성을 향상하면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필라테스를 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프로농구 오리온 선수들은 비시즌에 코어 근육 강화와 유연성 향상을 위해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수업은 6명씩 그룹을 나눠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다. 최정동 기자

프로농구 오리온 선수들은 비시즌에 코어 근육 강화와 유연성 향상을 위해 필라테스를 배우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수업은 6명씩 그룹을 나눠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다. 최정동 기자

서보영 강사는 “이대성 선수가 가장 열정적으로 한다”고 귀띔했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가드 이대성(30)은 지난달 전주 KCC를 떠나 오리온과 3년 계약(보수총액 5억5000만원)했다. 새 팀에서 훈련을 시작한 그는“개인적으로 해오던 요가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운동이다. 필라테스는 좀 더 근력을 쓰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일주일에 다섯 번 생각했는데, 두 번도 힘들다. 필라테스는 재활 군인을 위해 만든 거로 알고 있다. 평소 허리와 발목이 좋지 않은데 재활과 회복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평소 혹독하게 개인훈련을 한다. 그는 “2018~19시즌 현대모비스에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는데, 챔프전이 끝난 다음다음 날에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훈련했다. 지난 시즌 발목 부상으로 ‘이대성다운’ 플레이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당분간 새벽 훈련 대신 효율적으로 훈련하려 한다. 필라테스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대성은 지난해 11월 현대모비스에서 KCC로 트레이드됐지만, 발목이 좋지 않아 부진했다.

2009년 프로농구 LG를 이끌었던 강을준 감독. 올 시즌 오리온 지휘봉을 잡고 새출발한다. [중앙포토]

2009년 프로농구 LG를 이끌었던 강을준 감독. 올 시즌 오리온 지휘봉을 잡고 새출발한다. [중앙포토]

‘영웅’이 되길 원하는 이대성과 ‘성리학자’ 강을준 감독의 만남에 기대를 거는 팬이 많다. 이대성은 승부처에서 위닝샷을 터트릴 때도 있지만, 무리한 슛으로 경기를 망칠 때도 있다. 강 감독은 팀플레이를 중시한다. 강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성리(승리)했을 때 영웅이 나타나”라고 말했다.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승리”가 “성리”로 들려 ‘성리학자’란 별명을 얻었다.

이날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은 강을준 감독은 “한 명은 영웅이 필요 없다고 하고, 한 명은 영웅이 되고 싶어하니 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나한테 ‘사우나를 같이 하자’고 요청한 건 이대성이 처음이다. 오래 버티기에서 지기 싫으니 온도를 높여야겠다”며 웃었다. 이어 “대성이에게 ‘눈치 보지 말고 신나게 하라. 다만 자신을 낮추는 건 지는 게 아니라 이기는 거다’고 말해줬다. 열정이 많은데, 마인트 컨트롤도 해야 하고,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봐야 한다고 조언해줬다”고 전했다.

이대성은 “감독님이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오가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기대하신다. 새 시즌에는 아프지 않고 54경기 전 경기를 뛰는 게 목표다.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이승현(28), 허일영(35), 최진수(31) 형과 함께 뛰어 기대가 크다. 모든 팀이 그렇든 우승이 목표다. 요즘 과자도 오리온 것만 먹는다. 팬에게 가장 사랑받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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