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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코로나 2차 대유행, 뒷북 대응으론 못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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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과 미국 등 지구촌에서 한때 주춤하던 코로나19가 매섭게 살아나고 있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확진자가 각각 1000명을 돌파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고위험군인 노인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처음 발생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무뎌진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잠시 앓다 지나가는 병’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는 젊은층에서 방역의 경각심이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 죽기 전에 굶어 죽겠다”는 사람들은 방역보다 경제활동을 우선한다.

정부는 경제를 희생하지 않겠다며 지난 5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에 돌입했다. 긴급재난지원금 14조2448억원을 편성해 8월 31일까지 조기에 소비하도록 촉구했다.

이 정책이 경제에는 다소 도움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생활 속 거리두기가 크게 후퇴했다. 경제와 방역은 사실상 제로섬 관계라서 어느 하나만 지나치게 앞세우면 다른 하나가 희생되는 구조다.

정부와 지자체의 코로나19 방역 대책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한때 해외에서 호평받은 K방역의 성공에 취한 것은 아닌지 냉정한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방역 대책을 보면 선제적 대응보다는 대부분 뒷북 대책이다. 방역 사각지대는 뻔히 보이는데 왜 좀 더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4일 자정까지 17일간 ‘수도권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했다. 공공시설 8000여 곳의 운영을 중단하고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자제를 권고했지만, 최근엔 하루 50여 명까지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확진자 한 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보여주는 재생산지수(R값)는 최근 수도권(1.2~1.8)이 비수도권(0.5~0.6)의 2~3배나 된다. 인구의 50%가 집중된 수도권이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12일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질 때까지 ‘수도권 방역 관리 강화 방안’을 무기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효과가 미미한 대책을 그대로 유지해 코로나19를 잡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수준을 당장 높이지 않으면 ‘2차 대유행’이 가을보다 일찍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팀은 4월 30일~6월 11일 평균 R값(1.79)이 유지될 경우 7월 9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826명이나 쏟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차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시행하는 것을 포함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