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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행복부 설치법, 1기신도시 살리기법…초선 151명 1호법안 뜯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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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배지 [연합뉴스]

21대 국회의원 배지 [연합뉴스]

300명 중 151명. 21대 국회의원 중 초선 의원은 약 절반을 차지한다. 2004년 17대 총선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딘 여야 초선 의원들의 ‘1호 법안’ 발의 경쟁이 치열하다.

11일 기준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건수는 총 384건이며, 이 가운데 초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 30% 정도다. 4년 입법활동의 출발을 ‘신고’한 이들의 첫 번째 법안을 살펴봤다.

①개인 전문분야 살린 법안

1호 법안은 상징성이 있는 만큼 자신의 전문분야나 특징이 잘 드러난 분야의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이 많다. 특히 비례대표로 당선된 의원 중에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진다.

척수 장애인 발레리나 출신의 비례대표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이 만 65세 이후에도 활동 보조 및 방문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도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을 냈다. 현행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다양한 장애 유형을 반영하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많은 점을 지적, 이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노총 출신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근로(勤勞)’라는 단어에는 국가가 통제한다는 의미가 담겼기에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뜻의 ‘노동’이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년자영업자 출신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임대료 연체에 대한 계약해지·갱신 거절을 6개월간 금지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IT 기업인 출신 이영 통합당 의원은 벤처기업 스톡옵션 행사 이익 비과세 한도를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확대하는 등의 ‘중소·벤처 기 살리기 패키지 3법’을 발의했다. 초선 평균연령 54.9세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편인 서삼석(62) 민주당 의원은 노인 정책에 대한 업무를 담당하는 ‘노인행복부’를 정부부처로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승재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여야 의원 51명과 공동발의 서명한 '소상공인 복지법'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최승재 미래통합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제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여야 의원 51명과 공동발의 서명한 '소상공인 복지법'을 접수하고 있다. [뉴시스]

②코로나·아동학대…사회이슈 관련 법안

최근 주목받는 사회 이슈나 국민의 관심 사안과 관련된 법안을 발의해 이목을 이끄는 경우도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재난상황 발생 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담은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원이 의원은 창녕 아동 탈출 사건, 여행가방 학대 사건 등 최근 이슈가 된 아동학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사회적 공분이 청와대 청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형량 강화로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을 대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으로 추진하자 통합당 의원은 ‘함께 일하는 국회법’으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허은아 통합당 의원은 본회의 상시 개회, 상임위 상시 운영, 국민청원 활성화 등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 의원은 “민주당이 말하는 일하는 국회는 여당만 일하는 국회다. 일하려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③지역구 관련 법안 발의도

미래통합당 초선의원들이 12일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612

미래통합당 초선의원들이 12일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20200612

‘광주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양향자(광주 서을) 민주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강남·분당 등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부동산 관련 법안을 쏟아냈다. 태영호(서울 강남갑) 통합당 의원은 1호 법안으로 1가구 1주택자를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같은 당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은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의 경우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김은혜(성남 분당갑) 통합당 의원은 용적률·건폐율 등 규제를 풀고 기존 세입자와 입주민이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1기 신도시 살리기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1호 법안의 중요성에 장고하기도 한다. 환경전문 변호사 출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그린뉴딜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 의원은 “재정 관련 부분, 기존 법과의 관계 등 다각적인 요소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발의를 목표하기보다는 TF(태스크포스) 내에서 충분히 검토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23개 법안을 발의하며 ‘물량 공세’ 중이다. 이 중 상당수는 20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과 비슷해 “재탕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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