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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피해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때렸니?" 질문은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경찰 신고자(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모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하다 4층 높이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해 도망친 경남 창녕군의 A양(9)은 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은 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채 생활하는 등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학교 개학이 연기되는 등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요즘, 만약 학대 아동을 마주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전문가가 전하는 학대 아동 알아차리는 법

“학대당했니?” 질문은 위험

전문가는 다그치는 말투나 직접적인 질문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아이는 일반적인 아이보다 성인에 대한 경계심이나 공포심이 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엄마나 아빠가 때리니?”와 같이 특정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해야 한다. 아이의 증언을 바탕으로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증언이 번복될 경우 ‘진술 오염’의 위험이 있어서다.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천안지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아이가 직접 얘기하지 않고 질문자가 ‘얼굴을 때린 거니?’라고 물어 ‘네’라는 답변을 유도하는 등 질문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원재 법무법인 소백 변호사도 “유도된 질문을 통해 진술이 왜곡되거나 조사 때마다 번복된다면 법원에서 피해 아동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는 피해 아동의 특성상 사실을 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객관적인 사실을 집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안준환 아동권리보장권 학대예방사업부 부장은 “아이가 기관에 직접 진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일반 사람들이 그런 정제된 질문을 하긴 쉽지 않다”며 “‘팔에 멍이 들었네’처럼 보이는 사실을 정리하는 정도만으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112 신고

학대 아동을 발견했을 때 가장 좋은 행동은 바로 112 신고다. 만약 112 신고가 부담스럽다면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라도 신고하는 편이 좋다.

창녕 사건과 같이 외관상 학대 정황이 분명하고 응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아이를 안전한 장소에서 보호하며 신고하는 편이 좋다. 아이와 함께 있기 어렵거나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현장을 지킬 수 없다면 아이의 인상착의를 꼭 함께 알려야 한다.  그래야 피해 아동이 장소를 이동해도 경찰이 발견해 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의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경우는 아이 울음소리나 큰 소음 등이 발생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도 경찰의 초동조치에 도움이 된다. 시간을 기록하며 오래 지켜보다 골든 타임을 놓칠까 봐 우려된다면 관련 기관에 상담을 받아 보면 된다.

학대 피해 아동의 징후는 무엇?

아동권리보장권에 따르면 ▶아동의 울음소리, 비명, 신음이 계속되는 경우 ▶아동의 상처에 대한 보호자의 설명이 모순되는 경우 ▶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등 징후가 보이면 아동학대 신고를 해야 한다.

아동학대 체크리스트. 그래픽=신재민 기자

아동학대 체크리스트. 그래픽=신재민 기자

특히 신체 학대를 당하는 아이의 경우 외관상 보이는 멍 자국이나 긁힌 상처에 주목해야 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 정돈되지 않은 손·발톱 등 위생상태도 아이의 학대 사실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연령에 맞지 않게 유독 키가 작거나 체중이 적게 나가는 아이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천안시에서 가방에 갇힌 채 발견됐다가 결국 사망한 피해 아동의 경우 몸무게가 23kg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7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에 따르면 9세 남아의 체중 중간값은 33kg 정도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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