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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좋아하는 일 찾았을 때 ‘그건 오답’이라며 막지 말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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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호 22면

[책과 사람] 이성재 외 8인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의 공동저자 이성재 멘토와 손정윤(연세대)·유한영(이화여대)·박시연(연세대) 멘티(오른쪽부터)가 4일 중앙SUNDAY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의 공동저자 이성재 멘토와 손정윤(연세대)·유한영(이화여대)·박시연(연세대) 멘티(오른쪽부터)가 4일 중앙SUNDAY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우리 이력서와 미국식 이력서인 레주메이(résumé)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멘토링은 멘토-멘티의 서로 배우기 #행복·인생 의미 물으며 목표 구체화 #적자생존은 ‘목표 적는 자가 생존’ #자신 선택 믿으려면 자신 사랑해야

수십 년 전 우리 이력서는 정형화·양식화돼 있었다. 빈칸에 본적·주소, 주민등록번호, 출신 고등학교·대학교, 군번·역종 같은 것을 채우고 사진을 붙였다. 레주메이는 양식이 자유롭다. 우리 옛날 이력서는 달랑 1장이었다. 자랑거리가 많으면 레주메이는 여러 장일 수도 있다.

세계화 영향으로 취업 서류 양식이 이력서에서 레주메이로 전환하고 있다. 레주메이에서는 출신 학교보다 자신이 무엇을 체험했으며, 그 체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하다. 그런데 이력서나 레주메이나 한 줄, 한 칸 채우는 게 너무나 힘들다.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 표지.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 표지.

한국장학재단의 ‘사회리더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멘토 300명, 멘티 2500명)에 참여한 이성재 멘토는 대학생 멘티 8명에게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묘안이 떠올랐다. 멘토링 체험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대, 어디로 가야 하나』가 탄생했다.

이성재 멘토는 마케팅 전문가이자 공기업 CEO 출신이다. 전략적 진로, 피드백 분석, 목표 보드 작성, 행복 마인드맵 등의 방법을 동원해 ‘동반자적 양방향 멘토링’을 구현했다. 이성재 멘토와 8명의 멘티 중 박시연·유한영·손정윤 멘티를 3일 중앙SUNDAY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했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도전에 대해 들었다.

자기소개를 딱 한 문장으로 한다면?
박시연-저는 항상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언젠가 그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다.(이하 박)

유한영-‘하루하루 즐기는 삶을 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이하 유)

손정윤-멘토링 활동 덕분에 행복한 삶을 전략적으로 경영하는 자신만의 방향을 찾았다.(이하 손)

이성재-마케팅 지향적인 전문 경영인이다. 지금은 ‘지식의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이하 이)

멘토·멘티로서 체험한 멘토링이란 무엇인가.
-저보다 경험이 더 많은 분의 경험을 듣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전공 지식 이외의 것을 배우는 활동이다. 학교에서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배우기 힘들다.

-멘토님이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예절 같은 것을 많이 알려주셨다. 제가 걸린 ‘대입병’을 극복하기 위해 신청했다. 여러 방면에서 많은 것을 설명해주셨다.

-개인적으로는 ‘해답을 주는’ 멘토링보다 ‘스스로 해답을 찾게 유도하는’ 코칭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제 나름대로 정의한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가 동반자로서 서로 배우는 관계다.

대표적인 멘토링 체험은?
-멘티들의 세대는 자기 의사를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자기 주도적이며, 반응이나 행동이 굉장히 빠르고 재미를 추구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번 멘토링을 통해 가장 행복했거나 당황했거나 보람 있었거나 했던 특별한 순간은?
박-딱 한순간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대학·전공·나이의 멘티를 만날 수 있었던 게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다. 책 출간 프로젝트가 단계마다 당황스러웠다. 출판이 뭔지 모르는 대학생들이 레이아웃이나 표지 같은 것을 정하는 것이 조금 힘들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1박 2일 여행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책 출간 프로젝트가 가장 보람 있었다. 첫 시간부터 멘토님이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라’고 말씀해주셨다. 기록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었다. 멘토링 이후 인턴을 할 때에도 기록하는 습관을 계속 길렀다. 뭔가를 적는 습관은 나중에 자소서 쓸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저자가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엄청난 일이다. 적자생존, 즉 ‘적는 자가 생존한다’는 이야기에 학생들이 잘 따라줬다. 저는 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어떤 해답을 주지는 않았다. 계속 자극을 줬을 뿐이다. 해답은 각자 스스로 찾았다. 그래서 저는 행복했고 보람 있었고 즐거웠다.

멘토링 받기 전과 후 뭐가 달라졌는가.
-멘토링 전에는 뭔가를 적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목표 같은 게 있어도 머리 속으로만 되새김질하는 편이었다. 멘토링을 통해서 목표를 구체화하고 적어놔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멘토링은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힘들 때 멘탈 관리하는 법을 행복보드를 작성하면서 알게 됐다. 멘토님께서는 늘 ‘기회를 잡아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다. 기회를 놓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얻었다.

-한 학기 휴학했다. 멘토링 전에는 휴학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학교를 잠깐 쉬더라도 제 꿈을 구체화할 수 있다면, 휴학 기간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 더 좋은 발전의 시간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나는, 행복이란, 인생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질문이지만, 나를 함정에 빠트리는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이들 질문은 80세, 90세에도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제가 40대나 50대가 된다면 당연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느 정도 구체화했다. 저는 이전에 꿈이 막연했다. 이제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것을 제가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 기획 일이 물론 힘들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잡혔다.
목표는 애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성재 멘토는 목표의 수치화·계량화를 강조한다.
-처음부터 목표의 수량화를 강조했지만, 아웃풋으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 것 같다. 제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제가 학생들에게 말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론이고 하나의 자극일 뿐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목표는 본인이 찾아야 한다’는 것을 저도 배웠다.
이 책은 왜 사야 하는가.
-진로에 대한 20대의 고민은 비슷하다. 고민 대책을 전략적으로 자신만의 방법으로 강화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책을 통해 자기 생각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고민이 사라질까. 더 혼란스럽게 고민이 많아지지는 않을까.
-책 한 권 읽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책이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어떤 책을 읽고 ‘완전 인생이 바뀌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그 전에 조금씩 쌓아 놓은 게 그 책으로 마지막이 완성된 것뿐이다. 이 책은 20대 고민을 풀어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아, 이 친구는 이런 식으로 풀어갔네’ 하며 사례 하나를 접하는 것 만으로도 20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여러분 세대의 고민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면?
-고민 해결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비교를 많이 하는 것이다. 또한 뭔가 정해진 답, 바이블이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거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국가·정부·사회는 청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책을 바꾼다면, 지금 체제에 만족하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답은 딱히 없다. 우리 세대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할 때, 사회가 ‘그건 오답이야’라며 막지만 않는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하실 말씀은?
-모두가 한 번에 길을 찾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길을 잃어도 또 시간이 걸려도 차근차근하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길을 찾지 않을까.

-여러분의 선택이 맞는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서점에 가면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라 하는 책이 되게 많다. 저희 8명 멘티도 각자 방향을 잡았지만, 사례일 뿐이다.

-인생은 어차피 한 번 사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행복을 위해 도전해야 한다.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어야 한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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