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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재협상 수용했지만 “현산, 협상장 나와 요구사항 먼저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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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스1]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스1]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재협상 요구를 수용했다. 다만 “현산 측이 먼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라”는 부대조건을 달았다. 현산이 채권단에 넘겼던 공을 다시 받아쳐 넘긴 셈이다. 산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공문발송이나 보도자료 배포가 아닌 협상 테이블로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인수 종료 6개월 밀릴 듯 #인수가 조정, 추가지원 씨름 예상

채권단은 이날 재협상 요구는 수용했지만, 현산 측의 행보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산 측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서 ‘인수 관련 보도’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전날에서야 사전 협의 없이 입장을 낸 현산에 대한 불만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금호산업이 아닌 산은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현산 측의 요청도 일단 거부한 모양새다. 현산은 전날 “인수 계약에 관한 논의가 계약 당사자들에 국한된 범위를 넘어 국책은행인 산은과의 대승적 차원의 실질적인 논의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산은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해관계자 간 많은 협의가 필요한 사항”, “현산측이 제시한 조건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논의를 진행할 계획” 등으로 표현했다.

일단 양측이 협상에 나서면서 인수 종료 시점은 이달 27일에서 6개월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은 측은 종료 시점 연장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협상 테이블에는 인수대금 조정과 추가 지원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구주 인수 대금(3228억원)과 신주 인수 대금(2조1772억원) 등 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현산 측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이같은 인수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구주 인수 대금 조정 등을 계약 당사자인 금호산업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밖에 영구채 5000억원의 출자 전환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전날 현산은 재협상을 요구하며 ▶계약 이후 부채 급증 ▶재무제표 신뢰성 의심 ▶인수자 동의 없이 추가 차입 및 계열사 지원 등의 사유를 나열했다. 대부분 인수대상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겨냥한 내용이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협상용 카드가 아닌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산은도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현산의) 의견에는 자칫 진정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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