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디지털화폐 도입, 외부 개방 확대…한국은행 ‘BOK 203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등을 연구하는 디지털혁신실을 하반기 중 신설하기로 했다. 이런 분야에서는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늘리고, 경력직 채용도 늘린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도 속도를 끌어올린다. 시대 변화에 맞게 중앙은행도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5.28/뉴스1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5.28/뉴스1

오는 12일 창립 70주년을 맞는 한은이 중장기 발전전략 ‘BOK 2030’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한은의 지향점과 할 일을 담은 종합 계획이다. 비전은 ‘국가 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이끄는 한국은행’으로 정했다. 법에 명시된 한은의 역할을 재확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아래 전략 방향(전문성·시너지·유연성), 4대 전략목표(정책, 조사연구, 디지털 혁신, 경영 인사), 세부 16개 전략과제로 구성했다.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게 가장 눈에 띈다. 급격히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을 한은의 정책 운용 및 내부 경영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중앙은행이 CBDC 도입을 추진 중이고, 민간 부문에서도 핀테크나 지급 결제 부문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부 업무수행 측면에서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활용이 조사 연구 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리라 봤다”고 말했다.

창립 70주년 맞아 10년 발전전략 담아

디지털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부총재보급의 최고 디지털 혁신 책임자(Chief Digital Strategy Officer, CDSO)를 임명한다. 그 아래 실무 부서로 디지털혁신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AI·머신러닝·빅데이터·블록체인 등 최신 기법을 연구하고,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CBDC 연구 속도도 높인다. CBDC는 지준예치금, 결제성 예금과는 별도로 전자적 형태를 가진 중앙은행 발행 화폐다. 민간 암호화폐와 유사하지만, 중앙은행이 통제한다는 점이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주요국 CBDC 추진 동향을 바탕으로 필요할 때 국내 CBDC 도입을 위한 제반 준비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재 CBDC와 관련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 주 중엔 법적 필요 사항을 검토할 CBDC 법률자문단이 출범할 예정이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정책 영역에서는 통화정책 운영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안정 정책 수단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당장 새로운 국제무역 질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 등에 우선순위를 두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노동공급 확충 방안, 기후변화의 영향 등에도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BOK 2030’ 성과, 총재가 직접 챙길 것

한은의 또 다른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조사 영역에선 고위급 조사연구위원회를 설치해 조사연구 체계를 부서 중심에서 은행 차원으로 전환한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디지털 경제 확산 등 구조적 변화 속에서 복잡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심층적인 연구 역량을 갖춘 인재를 지원하는 특별연구원 제도도 신설한다.

한은은 이런 내용을 담은 ‘BOK 2030’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경영 담당 부총재보가 실행을 총괄하고, 성과는 이주열 총재가 직접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BOK 2030’을 통해 대내외 금융·경제 환경의 빠른 변화와 디지털 혁신에 보다 신속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조직 및 인사 운용체계, 업무수행 방식, 조직 문화 등도 급변하는 환경과 국민적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