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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88명 노래불렀다···12명 확진 '다단계 리치웨이'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건물 8층에 들어서자 유리문을 통해 노인홍보관 '리치웨이' 내부가 보였다.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개방된 공간에는 지름 1m의 원형 테이블 28개가 놓여있었다. 테이블마다 의자는 각 4개씩 있었고, 구석 한편에 플라스틱 보조 의자 30여개도 보였다. 천장에는 만국기가 걸려있었다. 공간 한 편에 설치된 30cm 높이의 무대 뒤편에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기업, OOO의 가족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보였다. 무대 옆에는 대형 TV 모니터와 마이크, 앰프 등 음향시설이 설치돼 있었다.

리치웨이 관악구. 편광현 기자

리치웨이 관악구. 편광현 기자

이 노인홍보관은 최근 나흘간 방문자들이 잇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3일부터 폐쇄된 상태다. 건물은 전체 방역을 마쳤고, 홍보관이 있는 8층을 제외한 다른 층 업체들은 폐쇄되지 않았다.

"매일 의자 끌고 노래하는 소리 들렸다"

이 홍보관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노래를 부르며 물건을 파는 다단계 업체로 알려졌다. 관악구에 따르면 바이오 매트 등 건강용품을 판매하는 세미나가 주로 진행됐다. 세미나는 다수의 노인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하며 제품을 설명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 건물에 입주한 한 업체 관계자는 "매일 평상복을 입은 노인분들이 많이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위층에서 매일 의자 끄는 소리와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사무소에 항의도 수차례 했었지만 지난달까지 계속 노랫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주로 노인분들이 오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마스크는 대부분 쓰고 계셨다"고 전했다.

관악 리치웨이 노인홍보관 부화당. 편광현 기자

관악 리치웨이 노인홍보관 부화당. 편광현 기자

경기도로 감염 확산

리치웨이에 방문하거나 방문자를 접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4일 오전 11시 기준 총 12명이다. 서울에서 8명, 경기도에서 4명이다.

첫 확진자는 서울 구로구 수궁동에 거주하는 72세 남성 A씨(구로43번, 서울887번)였다. 지난 1일 A씨는 이 홍보관 사무실에서 힘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 확진 판정 이후 4일까지 서울에서 관련 추가확진자가 7명 더 나왔다. 경기도는 안산, 수원, 안양에서 관악구 리치웨이를 방문한 각각 2명, 1명,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70, 80대 노인들이다.

보건당국은 리치웨이가 지난달 23일과 30일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참석자들의 명단을 모두 파악했다. 현재 리치웨이 직원 11명과 5월 22일~6월 1일에 홍보관을 방문한 노인 188명 등 199명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관악구는 "확진자들이 거주하는 지자체로 확진 사실을 전달해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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