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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질본 독립시킬 의지는 있나" 질본 내부서도 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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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이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권역별로 질병대응센터를 두게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소 기능과 중복돼 '옥상옥'이 될 것이란 지적과 기존 질본 내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청 승격에도 불구, 인력·예산이 줄었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조직 개편안 발표 이튿날인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보다 질본관리청 관련 질의가 더 많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질의에 "질병대응센터는 보건소 등 지방의 방역 행정 조직이 잘 운영되도록 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건소에 대한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지원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소 방역업무를 질병관리청으로 일원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이어지자 윤 반장은 "보건소는 지자체 소속으로 이를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하는 부분은 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손영래 중대본 홍보관리반장은 "보건소의 방역 조직을 질본 직속으로 조정하자는 얘기는 지자체의 방역대응 기능을 삭제해자는 것"이라며 "지방 방역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 기능을 조정하는 굉장히 큰 논의가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윤 반장은 또 현재 질본 산하의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산하로 이관하는 배경을 묻는 질의에 "국립보건연구원은 감염병 연구뿐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전반적 연구를 담당한다"며 "범정부적인 협조체계가 필요하고 아무래도 복지부에서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그렇게 배경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포괄적인 감염병 대응 강화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하고 그 아래에 권역별 '질병대응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도 추가 설명에 나섰다. 그는 "현 정부에서 역점으로 하고 있는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관련해 기술적 지원을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속적으로 맡아주는게 좋겠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에 따른 질병관리청의 예산·인력 감축에 대해선 윤 반장이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후속 조직이 추가되기 때문에 예산과 인력은 추가로 투입될 것"라고 해명했다.

윤 반장은 그러면서 논란을 의식한듯 "현재 조직 개편안은 정부안으로, 국회 차원에서도 의원 입법으로 올라가 있는 정부조직법이 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돼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윤 반장, 손 반장, 임 국장은 모두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질병관리청 개편 논란에 적극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오후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관련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국립보건연구원의 이관과 관련해, (국립보건연구원이) 보건의료 전반 연구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복지부 연구 사업하고 통합되면서 발전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청이 되도 연구기능이 필요하다"며 "연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와 지자체 보건소 등 방역 업무 중복 논란에 대해서도 "감염병 예방 관리의 1차적인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며 "질병관리청 지역조직은 1급 감염병 등 지자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 전문성을 갖고 접근하는 검역 업무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이 나서 논란을 수습하는 모양새였지만, 질본과 의료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브리핑을 지켜본 전 질본 관계자는 "국립보건연구원은 차치하고 새로 설치하는 감염병연구소까지 복지부로 이관하겠다는 건 질본을 청으로 승격해 감염병 대응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와도 모순된다"며 "복지부가 질본을 독립시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번에 2차관까지 만들었다"며 "질본이 청으로 승격되도 정부 조직 직제상 청장은 복지부 장·차관보다 아래에 있게 돼 말 뿐인 독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질병관리청 승격,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글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에는 오후 4시 현재 2만 여명이 동의했다.

이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 기존 연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병 관련인데 복지부가 바이오산업과 연계를 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 본부장도 질병관리청 역시 연구조직이 필요하다고 에둘러 말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회 논의에서 조직 개편안이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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