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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감염 우려에 동선 공개 확대···"사생활 침해" 논란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부천시 페이스북 코로나19 관련 게시물에는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부천시 페이스북 코로나19 관련 게시물에는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둘러싸고 엇갈린 반응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동선 봐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딘지 알아야 피해가고 조심할 텐데요.”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방역 마쳤는데 동선 공개는 그 부근 일대를 싹 다 죽이자는 것 같아요.”

최근 부천시 페이스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게시물에는 확진자 동선 공개 범위를 성토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물류센터·교회 발 코로나19 확산이 지역사회 N차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확진자 동선을 확대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사생활 침해 등을 근거로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면서 동선공개 논란에 다시 불이 붙는 모양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초기엔 확진자 동선이 대부분 공개됐다. 쇼핑몰을 방문한 확진자가 시간대별로 어느 매장을 찾았는지 등의 동선이 지자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됐다. 이후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질본은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보에 한해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라는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권고사항에는 증상 발생 2일 전부터 격리일까지의 시간, 감염을 우려할 만큼의 확진자와의 접촉이 일어난 장소 및 수단 등을 공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되면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도 추가됐다.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만날 일로부터 14일이 지나면 공개한 동선을 삭제할 것도 권고했다.

확진 늘자 동선공개 확대 나선 지자체

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28일 부천시보건소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서 있다. 뉴스1

경기도 부천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지난달 28일 부천시보건소에 있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줄서 있다. 뉴스1

물류센터·교회 등 집단감염에 이어 감염경로가 특정되지 않은 확진 사례가 늘면서 일부 지자체는 동선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김포시는 지난 2일부터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른 동선 공개 원칙을 제한적으로 확대했다. 시민 우려 불식을 위해 확진자 방문으로 접촉자가 다수 발생하고 확산이 우려되는 장소는 상호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부천 118번 확진자인 A씨(31)가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SNS에 그가 다닌 병원 정보가 공유됐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SNS에 A씨가 평소 다니는 병원이 공유되고 있는데 평소 영업하는 곳이 모두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증상발현 이틀 전 이후 방문한 곳이 문제가 된다. 잘못된 정보를 경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확진자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건당국이 확진자 정보를 자세히 공개해야 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천시에 사는 김모(32)씨는 “깜깜이 확진자가 늘어서 걱정인데 온라인에 확진자 관련 루머가 많다”며 “관련 사항을 명확히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했다”며 인권위 진정도

부평구청 블로그는 확진자 동선 공개 게시물에 한해 댓글 기능을 중지했다. [사진 블로그 캡처]

부평구청 블로그는 확진자 동선 공개 게시물에 한해 댓글 기능을 중지했다. [사진 블로그 캡처]

부천시에 따르면 한 확진자는 자신이 일하던 가게 상호가 공개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그는 “근무하던 가게 상호가 공개되면서 자신이 특정되게 됐다”며 사생활 침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선 공개 관련해 부천시 측에 고발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자체는 동선 공개 게시물에 개인 신상에 대한 추측·비방 댓글이 잇따르자 댓글 기능을 중지하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역학 조사 후 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확진자 동선 공개 범위를 결정한다”며 “질병관리본부 권고사항을 참고하지만, 상황에 따라 공개 범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동선 공개는 피하는 편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 상호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불특정다수가 방문한 다중이용시설을 비공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 공개하는 게 균형 있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동선 공개 관련해 신상털기식 피해가 나오는데 확진자 정보가 더 노출될수록 심해질 것”이라며 “확진자의 동선을 확대 공개하는 방향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했다.

5월 이후 코로나 19 지역별 확진자 추이

5월 이후 코로나 19 지역별 확진자 추이

심석용·편광현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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