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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맞설 카드 찾았다···웨이브·왓챠 ‘중드맛집 전략’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여모(29)씨는 초등학생 때 본 '황제의 딸'을 계기로 중국 드라마(중드) 마니아가 됐다. 주로 사용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은 웨이브와 왓챠, 티빙이다. 여씨는 "돈 들인 티가 나는 화려한 의상과 배경, 쉴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한국 드라마에선 찾아볼 수 없는 '중드'만의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직장인 정새롬씨는 중국 OTT 텐센트비디오의 인기 웹 드라마(현지 누적 조회수 57억회) '진정령(陈情令·2019)'을 계기로 중드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정씨는 "중드 전문 TV채널로 보다가, 구독 기반 OTT 중에서 웨이브가 유일하게 정식 서비스를 한다기에 바로 결제했다"며 "10대부터 40대까지 진정령 팬 대부분이 웨이브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진정령은 2~5월 주간 웨이브 아시아 드라마 차트(시청시간 기준)에서 1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다.

중국 텐센트비디오의 인기 웹드라마 '진정령' [중앙포토]

중국 텐센트비디오의 인기 웹드라마 '진정령' [중앙포토]

'중드 맛집' 소문난 웨이브

토종 OTT 웨이브와 왓챠가 중국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 아시아 콘텐트를 수급하며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일본 콘텐트가 부족한 넷플릭스의 빈틈을 공략한 것. 11만여 명이 가입해있는 국내 대표 중드 팬카페 '무협중국드라마(무중)' 등에선 "웨이브에 중드가 제일 많다", "넷플릭스는 중드가 별로 없어서 (다른 OTT로) 옮길까 한다"는 대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구독 기반(이용권으로 무제한 감상) 4대 OTT 중 아시아권 콘텐트가 가장 많은 곳은 웨이브와 왓챠플레이다. 중국 드라마 보유량의 경우 웨이브가 270여개로 가장 많고 왓챠가 212개로 뒤를 잇는다. 티빙은 70여 개(업계 추정치)로 적은 편이다. 넷플릭스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TV드라마'를 검색하면 40여 개가 노출된다. 업계는 넷플릭스의 중국·일본 드라마를 130여 개로 추산 중이다.

네이버카페 '무협중국드라마'에서 "웨이브에 중국 드라마가 가장 많다"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김정민 기자

네이버카페 '무협중국드라마'에서 "웨이브에 중국 드라마가 가장 많다"는 대화가 오가고 있다. 김정민 기자

웨이브가 중드를 기반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국내 중드 마니아가 증가한 영향도 있다. 팬덤 활동이 활발한 트위터에서 '중드'의 키워드 언급량은 지난 2016~2018년 4만~6만 수준을 맴돌다가 지난해엔 13만6000여건으로 2~3배가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3일 기준) '중드' 언급량이 8만6000건을 기록했다.

웨이브 관계자는 "푹(POOQ) 시절부터 아시아앤·KTH·채널차이나 등 아시아 콘텐트 수입사들과 협업해왔기에 중드 라인업을 풍부하게 갖출 수 있었다"며 "중드는 열혈 시청자가 많고, 작품당 에피소드가 50~100편씩 되기 때문에 시청자 수 대비 체류시간과 시청량이 월등히 높은 효자 콘텐트"라고 말했다.

웨이브·왓챠 TV 시리즈 보유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웨이브·왓챠 TV 시리즈 보유량.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오리지널' 공백 채우는 '덕후몰이'

중화권 콘텐트가 강점인 것은 왓챠도 마찬가지다. 왓챠플레이가 제공하는 중화권 영화·드라마는 각각 788개, 212개다. 왓챠 관계자는 "왓챠플레이 이용자가 감상하는 콘텐트의 70% 이상은 인공지능(AI)의 추천으로 이뤄지고 있어 다양한 취향의 콘텐트를 확보하는 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왓챠플레이는 중드 외에 일본 콘텐트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이 플랫폼 내 일본 영화·TV드라마·TV애니메이션은 각각 724개, 260개, 651개에 달한다.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넷플릭스 [사진 셔터스톡]

콘텐트 업계에선 웨이브와 왓챠의 이같은 전략이 넷플릭스 독주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킹덤' 등 강력한 오리지널(자체 제작 또는 독점 공개)을 내세운 넷플릭스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달 간 국내 넷플릭스 사용자(약 300만명)가 넷플릭스 구독료로 결제한 금액은 439억원으로 추정된다(와이즈앱 통계).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경쟁력이나 콘텐트 추천 기술 등이 부족한 국내 OTT들은 마니아층이 탄탄한 중드 같은 콘텐트로 이용자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넷플릭스는 중국에서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콘텐트를 확보해야 할 유인이 크지 않다"며 "웨이브·왓챠가 이를 공략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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