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레고의 모든 것! 덴마크 빌룬트 '레고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2020.06.03 12:00

업데이트 2020.06.03 14:22

[더,오래] 장현기의 헬로우! 브릭(12)

레고의 본고장 덴마크 빌룬트에는 레고 최고의 성지 ‘레고 하우스’가 있습니다. 레고사의 설립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나무로 레고를 처음 만든 목공소가 있던 바로 그 자리라고 합니다. 레고 하우스는 레고 체험센터의 역할을 위해 지난 2017년 9월에 문을 열었는데, 설립 취지는 이러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레고 팬들에게 레고에 관한 최상의 경험을 선물한다.”
마치 레고랜드에 대한 레고 마니아의 불만들을 종식하기 위해 작정하고 건축한 것 마냥 레고 하우스는 여러 면에서 훌륭합니다. 하지만 가는 길은 다소 험난하죠. 우선 방문일 예약은 필수입니다. 레고 하우스는 하루 방문객 수를 일정 인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보통 한 달 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원하는 날짜에 방문할 수 있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빌룬트까지 가는 항공 노선 중에는 직항 편이 없어서 한 번 이상은 경유해야 하고 이동에만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하죠. 저와 함께한 세 명의 동료들도 인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다시 덴마크의 빌룬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성지순례가 그러하듯, 고난과 역경을 딛고 마침내 레고 하우스에 다다르면 그간의 어려움을 잊을 만큼의 보상과 감동이 뒤따릅니다. 앞서 언급한 설립 취지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놀라운 경험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임이 분명했습니다.

덴마크 레고 하우스 외관. [사진 레고 하우스]

덴마크 레고 하우스 외관. [사진 레고 하우스]

레고 하우스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앞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는 레고 브릭의 특징을 건물 외관에서부터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총면적은 1만 2000㎡이고 다양한 색상의 브릭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모습입니다. 설계는 구글 신사옥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유명 건축회사 BIG(Bjarke Ingels Group)에서 맡았는데 대표 건축가인 비아케 잉겔스 역시 어릴 적부터 레고 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번 레고 하우스 작업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멋진 답변이 나왔네요. “지금까지의 레고 놀이 중에 최고가 바로, 이번 레고 하우스 설계였다”고.

레고 하우스 체험 존.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체험 존.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체험 존.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체험 존. [사진 브릭캠퍼스]

어린이 관객과 놀이를 즐기는 스태프. [사진 브릭캠퍼스]

어린이 관객과 놀이를 즐기는 스태프.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는 ‘만약 제가 레고사에서 일하는 프로듀서였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라는 상상을 거의 실현해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레고 브릭을 연상시키는 멋진 외관부터, 거대한 조형물들, 다양한 체험 코너, 세계 각국 브릭 아티스트의 작품 전시, 레고의 70년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레고 박물관, 그리고 재미난 브릭 콘셉트의 먹거리와 기념품 등 그야말로 레고를 콘셉트로 한 실내 테마파크의 완성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청결한 관리와 무척 친절했던 스태프들까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젝터와 센서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레고 게임. [사진 브릭캠퍼스]

프로젝터와 센서를 이용한 인터랙티브 레고 게임.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에는 총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하루에 상주하는 스태프는 60명 정도라고 합니다. ‘레고’라는 단어가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 즉 ‘잘 논다’는 뜻이라는 것을 입증하듯 테마별 체험 존에 흩어져 있는 스태프들은 거의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뭔가를 만들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물어보든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고, 의도적으로 물어보는 체험 브릭의 청결 유지 방법이나 교체 시기 등 민감한 질문에도 침착하고 충분한 답변을 하더군요. 역시, 완성형 테마파크는 좋은 콘셉트, 높은 퀄리티 그리고 훌륭한 스태프 이렇게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레고랜드에도 많이 설치되어 있는 평이한 조형물과는 달리 매우 인상적인 세 개의 브릭 작품이 저의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그중 첫 번째는 레드 존 한쪽 벽면에 있는 레고 폭포입니다. 다양한 색상의 브릭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 폭포 아래에서 브릭 창작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 레고 브릭이 무한대로 공급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합니다. 의미도 좋고 느낌도 좋은 콘셉트입니다. 레고 하우스의 시그니처 포토존이기도 하죠.

‘영원히 흐르는 레고 폭포’ 조형물. [사진 브릭캠퍼스]

‘영원히 흐르는 레고 폭포’ 조형물. [사진 브릭캠퍼스]

두 번째는 레고 하우스 내부 한가운데에 위치한 거대한 브릭 나무입니다. 1층부터 건물 천장까지 관통하는데 꼭대기까지 15m는 족히 넘어 보입니다. 1층부터 5층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건물 중심의 이 레고 나무 주변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층으로 이동하면서 이 거대한 작품을 계속해서 감상할 수 있죠. 나뭇가지마다 크고 작은 레고 작품들이 놓여 있어서 그것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창의력 나무’라고 불리는 이 나무는 계속해서 성장해온 레고 그룹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630만 개가 넘는 브릭이 사용되었고 제작 기간은 3년가량 소요되었다고 하네요.

레고 하우스의 창의력 나무. [사진 위키피디아]

레고 하우스의 창의력 나무. [사진 위키피디아]

세 번째는 세 마리의 공룡 조형물입니다. 이런 유형의 거대한 조형물은 레고랜드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조형물의 특징은 레고를 대표하는 세 가지 각기 다른 브릭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직접 찍은 레고 공룡 사진인데요, 맨 앞 붉은색 공룡은 영유아용 듀플로 브릭으로 제작된 것이고 중간에 녹색 공룡은 기본 레고 브릭으로, 마지막 노란색 공룡은 오로지 레고 테크닉 브릭만을 사용해서 제작되었습니다. 듀플로 브릭과 테크닉 브릭으로 제작된 작품을 만나보지 못한 저에게 이 두 개의 공룡 작품은 존재만으로도 감탄하기에 충분합니다.

레고 하우스 공룡.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공룡.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는 그동안 레고사가 상대적으로 무심했던 ‘브릭 아트’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브릭 아티스트로 활발히 활동하는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레고 하우스로 보내온 여러 나라 어린이들의 창작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정 기간 본 전시장에 작품 출품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앗! 그런데 너무 반가운 작품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저희 브릭캠퍼스에도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황병준 작가의 작품을 발견한 것입니다. 황병준 작가는 다양한 브릭 아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히 병 속에 핀셋으로 브릭을 넣어 조립하는 미니마이즈 작품으로 유명하죠. 바로 그 작품을 이렇게 먼 덴마크 빌룬트의 레고 하우스에서 만나다니,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황병준 작가 외에도 2017년 레고 하우스가 오픈하던 해에는 앞서 칼럼에서 소개해 드렸던 대한민국 LCP 김성완, 이재원 작가의 작품과 주제의식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김학진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던 바 있다고 합니다. 저희 브릭캠퍼스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브릭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레고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고의 레고 성지인 레고 하우스에서도 전시되고 있다니 어깨가 으쓱해지더군요.

레고 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는 브릭 아티스트 황병준의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에 전시되어 있는 브릭 아티스트 황병준의 작품. [사진 브릭캠퍼스]

지하에는 역사관이 있습니다. 레고 최초의 나무 장난감에서부터 미니피겨의 탄생까지 레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레고 제품과 오래전 TV 광고까지 잘 간직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둘러보다 보니 추억 돋는 오래된 제품들이 눈에 들어와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레고 하우스 역사관. [사진 브릭캠퍼스]

레고 하우스 역사관. [사진 브릭캠퍼스]

먹거리도 빠질 수 없죠. 레스토랑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단품 메뉴를 상징하는 각기 다른 브릭을 선택해 원하는 세트 메뉴를 조립해서 주문하면, 픽업대에서 완성된 음식을 로봇이 건네줍니다. 아쉽게도 음식의 맛까지는 기대에 부응해 주지 못했지만, 주문하고 픽업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레고 하우스 레스토랑 ‘미니 셰프’. [사진 레고 하우스]

레고 하우스 레스토랑 ‘미니 셰프’. [사진 레고 하우스]

레고 하우스는 브릭으로 할 수 있는 놀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탈 것 위주의 레고랜드가 담아내지 못했던 섬세함과 예술적 감성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연계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각종 체험을 통해 다가오는 세대에게도 레고 놀이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레고사는 앞으로 레고 브릭에 AR, VR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미 레고 제품을 조립하고 관련 앱을 다운받아 AR 게임을 즐기는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매우 아날로그적인 레고 브릭 완구와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의 융합에 대한 가능성이 이곳 레고 하우스에서 시작하는 듯합니다. 사실, AR과 VR 등의 디지털 기술의 접목을 빼더라도 레고 하우스는 충분히 즐겁고 감동적입니다. 이 칼럼을 읽고 계시는 브릭을 사랑하는 독자들께는 그야말로 강추 성지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레고랜드 디스커버리 센터’를 함께 가보겠습니다. 레고 하우스와 레고랜드에 비한다면 매우 특별함은 크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브릭 마니아라면 살펴봐야 하는 레고사의 공식 실내 테마파크입니다.

(주)브릭캠퍼스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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