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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국가채무비율 80%"…자칫하면 아르헨티나 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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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28년에는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제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에서 이 정도 채무 비율은 아르헨티나 등이 경험했던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우려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김우철 시립대 교수 전망 #靑 "3차 추경 35조3000억"

지난해 국가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떨어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 송금과 환전 등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몰려 은행 문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국가신용등급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떨어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달러 송금과 환전 등 외환거래를 제한하는 자본통제를 실시했다.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몰려 은행 문을 열기만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재정적자 못 줄이면 '슈퍼 채무국' 전락" 

한국경제학회는 한국국제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와 공동으로 3일 서울 명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코로나 이후 한국경제 이슈와 전망’ 공동 경제정책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2일 미리 내놓은 ‘패러다임 전환기의 재정정책 방향과 과제’ 발제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많이 늘어난 총지출 규모를 하향 조정해 위기 이전 경로로 복귀시키지 못하면, 2028년 부채 비율은 67~80%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80%는 디폴트를 겪었던 아르헨티나(지난해 88.7%)에 육박하는 수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 발 경제 위기 대응에 한국이 쏟아부은 재정‧금융 지원 규모는 GDP 대비 13.1% 수준이다. 세계 평균(10.3%)을 2.8%포인트 상회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240조원 규모의 재정‧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여기에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도 더해진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3차 추경 규모에 대해 “35조3000억 정도로 맞췄다”고 말했다.

게다가 당·정·청은 지난달 25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적어도 내년까지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럴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0조원,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6%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김 교수의 관측이다. ▶내년 예산 지출 올해 대비 9% 이상 증가 ▶세입 증가율 3% 이하 ▶경상성장률 4% 이하 중 한 가지 이상 현실화했을 경우를 가정했다. 국가채무 비율도 5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지만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제어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크게 떨어질 거라고 김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대응과정에서 확대된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까지 계속 늘어나 대외신인도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8년 국가채무 비율 80% 도달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 위기’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고령화의 빠른 진전 속에 충분한 세입 확충이 없다면 일본처럼 슈퍼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일본은 엔을 보유한 기축통화국으로 높은 채무 비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국은 국가신인도 급락과 더불어 높은 채무 비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증세나 세출 삭감은 현재의 대립적인 국회 구도 및 대통령제 하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정치적으로 중립적‧독립적인 재정기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성장률 5년마다 1%p 감소"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나랏빚은 늘어나는데 성장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한국 거시경제 진단’ 발제문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199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5년마다 연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씩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여파와 관계없이 한국 경제는 이미 구조적으로 장기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두 교수는 “장기성장률 하락의 50%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감소, 35%는 산업구조 변화, 15%는 고용 증가율 감소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속적인 성장률 하락 방지를 위해선 제조업 대비 낮은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함께 서비스업으로 고용이 과도하게 몰리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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