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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해명 조율한 남인순, 당에 개인 계좌 내역 보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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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05면

정치권 논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서울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의 기자회견이 열린 29일 서울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29일 기자회견은 관심이 집중된 만큼이나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아직 의원도 아니고 경험도 부족한 당선인 신분으로 어떻게 기자회견을 준비해 왔을지 궁금하다”(한 초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남 “윤 개인 계좌 특이사항 없어” #당시 이해찬 등 ‘윤 감싸기’ 수긍 #민주당 “검찰 수사로 논란 종식을” #통합당 “죄송하다지만 반성은 없어”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이 윤 당선인과 직접 접촉하며 윤 당선인 해명에 깊이 관여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이날 “윤 당선인 입장을 지도부에 전달하고 해명 내용을 함께 준비한 이는 남 최고위원”이라고 했다.

남인순

남인순

남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윤 당선인의 개인 계좌 내역을 별도 보고했다고 한다. 남 최고위원은 당시 계좌 내역 자료를 보이며 “윤 당선인의 4개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금한 내역을 점검했는데 특이사항은 없는 것 같다”며 “김복동 할머니 장례식 조의금을 받은 개인 계좌도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구두 설명에 대체로 수긍하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언론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당이 끌려다니면 안 되니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윤 당선인 지키기’에 무게를 실었다. 당시 최고위에선 설훈 최고위원이 준비한 ‘윤미향 당선인 관련 1차 정리’라는 제목의 A4 용지 15장 분량 보고서도 검토됐다. 이 대표는 남 최고위원 보고를 바탕으로 지난 27일 더K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 오찬장에서 “지금까지 점검한 바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윤미향 감싸기’ 기조가 선명해지는 것과 동시에 남 최고위원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졌다. 남 최고위원은 윤 당선인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기자회견 시점·장소와 해명 내용 등을 하나하나 조율했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남 최고위원이 사전에 내용도 미리 다 알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과정은 외부에는 비밀에 부쳐졌다. 남 최고위원은 회견 이틀 전인 지난 27일엔 “윤 당선인도 정치인이니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 수사가 걸려 있는 사안이어서 (해명 발언도) 신중해야 한다”고만 했다.

남 최고위원이 윤 당선인을 도운 배경엔 여성·시민운동을 함께한 오랜 인연이 작용한 것이란 시각이 많다. 남 최고위원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에서 활동했고, 상임대표 시절인 2008년엔 정대협 수요시위를 ‘올해의 여성운동상’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남 최고위원도 수요시위에 참석하곤 했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선 “최근 정의기억연대 논란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빌미로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려는 운동을 폄하하려는 친일·반평화 세력의 부당한 공세”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기자회견 타이밍을 21대 국회의원 신분으로 바뀌기 하루 전날로 잡은 배경도 관심사였다. 윤 당선인은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래도 지금쯤이면 제 입장을 발표해야 하지 않느냐는 요구가 강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의혹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당에서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원 임기가 시작되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이 적용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수 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택일 시점으로 금요일을 잡은 것은 여론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말 직전임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책임 있게 일하겠다”면서다. ‘국민의 70%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당내에서 사퇴 권유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제 국회의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주변 조사를 거친 뒤 윤 당선인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소명해야 될 것에 대해 피할 생각이 없고 제 직을 핑계로 피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떠났다.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검찰도 신속한 수사를 통해 논란을 조속히 종식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아쉬움은 있으나 21대 국회 개원 전에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라며 “윤 당선인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만큼 이후 과정에서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만 묻어나는 회견이었다”며 “혹시나 하고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했던 국민 앞에 고개는 숙였지만 태도는 당당했고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반성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어느 의혹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고 사족에 사족만 더하며 오로지 자신만 변명한 ‘안 하느니만 못한’ 회견이었다”고 비난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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