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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대원이었는데···" 황토방서 숨진 소방관 동료들 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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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8시 20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28일 오전 8시 20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나서던 동료였는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의 한 주택에서 지난 28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소방관 2명을 평소 지켜봤던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홍천소방서 소속 권모(41) 소방위와 김모(44) 소방장은 사고 당일 별채에 마련된 황토방에서 잠을 자다가 오전 8시18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화목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

숨진 소방관 2명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 #동료들 "말 없이 임무하는 엘리트 대원" #장례는 가족장으로 30일 발인 #29일 국과수와 정밀 감식…사고 원인 분석

 홍천소방서의 한 직원은 “권 소방위와 김 소방위는 구조대원 중에서도 기술이 뛰어난 베테랑이었다”며 “매일 같이 일하던 동료 2명을 불의의 사고로 잃어 다들 침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된 소방관 2명은 구조대 팀장과 부팀장으로 호흡이 잘 맞았고, 후배도 살뜰히 챙기는 동료였다”고 덧붙였다.

 강원 원주가 고향인 공통점을 가진 두 소방관은 구조 임무를 함께 하며 친하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임용한 권 소방위는 119안전센터에 있다가 구조대로 자리를 옮겼으며, 김 소방장은 2009년 구조대원 특채로 소방에 입문했다.

28일 오전 8시 22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8시 22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가 발생,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소방위는 2011년 소방의 날에 도지사 유공 표창을 받는 등 두 차례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7년 12월 횡성군 섬강에서 심정지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조해 하트 세이버로 선정됐다. 2019년 횡성군 청일면에서 6시간 수색 끝에 실종자를 찾기도 했다. 권 소방위는 부부 소방관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그의 상사로 근무한 적 있는 한 소방관계자는 “힘든 구조현장에서 말없이 작전을 수행하던 권 소방위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며 “엘리트 대원을 잃게 돼 침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소방장은 수난 구조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19일 발생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수중 수색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2015년 화재안전 유공자로 선정돼 도지사 표창을 받았다. 한 동료는 “구조업무에 잔뼈가 굵고,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믿음직한 직원이었다”고 말했다.

 두 소방관의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이들이 소방구조활동 중에 사망한 사고가 아니라서 홍천소방서장 장(葬)으로 엄수되지 못한다. 원주의 한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고, 30일 발인이 이뤄진다. 홍천소방서 직원들은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을 위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전 8시 22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화목보일러의 모습. 연합뉴스

28일 오전 8시 22분께 강원 춘천시 북산면 추전리 한 주택에서 화목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추정 사고로 소방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 화목보일러의 모습. 연합뉴스

 권 소방위를 비롯한 홍천소방서 소속 직원 8명은 비번일인 지난 27일 오후 2시쯤 추전리 주택을 찾았다. 이곳은 소방관 일행 중 한 명의 아버지 집이 있어 매년 친목 도모를 위해 왔던 장소다. 이 주택은 화목보일러로 난방하는 황토방이 별채로 있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소방관 2명은 28일 0시쯤 황토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 나머지 6명은 다른 방에서 잠을 자서 화를 면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6명의 소방관은 안정을 찾기 위해 6월 3일까지 휴가를 냈다.

 경찰은 소방관이 숨진 원인을 당시 땔감으로 사용한 참나무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보고 있다. 일산화탄소가 황토방으로 스며든 이유는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고 현장을 정밀 감식했다. 경찰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화목보일러에 연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정밀 감식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춘천=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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