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뜨고 코로나에 당했다…'한국 아마존' 쿠팡의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2020.05.28 17:50

업데이트 2020.05.28 19:47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쿠팡 로켓배송에도 '비상'이 걸렸다.수도권의 주축 물류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인근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에 나서겠지만, 기존 물량을 다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뉴스1

부천에 이어 고양 물류센터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쿠팡 로켓배송에도 '비상'이 걸렸다.수도권의 주축 물류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인근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에 나서겠지만, 기존 물량을 다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뉴스1

쿠팡 최대 물류센터인 경기도 고양 물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뚫렸다. 부천물류센터에 이어 고양물류센터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또 다른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나스닥 상장으로 ‘한국의 아마존’ 등극을 꿈꿔 온 쿠팡은 이에 따라 2010년 창업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쿠팡 “어려운 시기에 심려끼쳐 송구”

28일 쿠팡은 “고양 물류센터 사무직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고양물류센터 전체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A씨가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쿠팡 부천 물류센터 근무자인 남성(19)과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까지 출근한 A씨가 고양물류센터에서 접촉한 직원은 711명에 달한다. 쿠팡은 이날 오후 6시 50분이 돼서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배너를 통해 확진자 발생 안내문을 띄웠다. 쿠팡은 안내문에서 “어려운 시기에 저희까지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고객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방역 당국과 협의해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를 계속해서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에 뚫린 쿠팡의 허브 터미널

지난해 문을 연 고양물류센터는 쿠팡의 허브 터미널인 '메가물류센터'다. 2018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2500억원) 추가 투자를 받은 쿠팡은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더 빨리 배송해주는 '로켓 배송'을 위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확대해 왔다. 2014년 27개였던 배송센터(배송캠프 포함)는 현재 168개에 달한다.

이중 고양은 판매상품 적재부터 재고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하는 일명 '풀필먼트 센터'다. 규모는 쿠팡 물류센터 중 가장 크다. 약 13만2231㎡(4만평)로 정규직 300명을 포함해 3300명이 일한다.

쿠팡은 고양에서도 부천과 마찬가지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다고 주장한다. 출근자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 비치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증언은 엇갈린다. 확실한 것은 사람이 모일수록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전염병의 기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라는 점이다.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지난 4월 방역 모습. 쿠팡은 식당 등에 가림막을 두었다고 밝혔지만, 모든 물류센터에서 이 원칙이 지켜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진 쿠팡

경기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의 지난 4월 방역 모습. 쿠팡은 식당 등에 가림막을 두었다고 밝혔지만, 모든 물류센터에서 이 원칙이 지켜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진 쿠팡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 배송은 노동집약적 업무로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을 매일 수백명씩 채용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는 1조4246억원에 달하는데 대부분 배송과 관련된 비용이다. 쿠팡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단기 근로자를 수시로 채용해왔다. 28일 현대그린푸드에서 나온 확진자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단기 아르바이트 직원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날 물류센터를 폐쇄하고 직원 600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전날 식재료 배송 업체 마켓 컬리에서 발생한 확진자 역시 쿠팡과 관련돼 있다.

단기 인력을 고용하지 않으면 ‘배송 대란’으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소비자 이탈로 연결된다. 사람이 모일수록 감염 위험성은 증가하는데, 소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서 배송 주문을 많이하면 할수록 물류센터는 위험 지대가 되는 ‘온라인 강국 대한민국’의 역설이 드러났다.

지난달 2일 쿠팡은 물류센터 방역 현장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상품을 다루는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배송 차량을 매일 방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모든 직원은 매일 열 감지 카메라를 통과하고, 누가 어떤 통근 버스에 탑승했는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천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 수는 86명으로 늘었다. 고양에서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대 위기 맞은 한국의 아마존

2019년 주요 e커머스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9년 주요 e커머스 실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19에도 한국에 사재기가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 쿠팡이 거론됐다. 소비자에겐 주문한 생필품이 반드시 다음날 문 앞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사재기에 나설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쿠팡의 배송량과 매출은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쿠팡의 1분기 매출은 5조원에 육박한다. 물동량도 최대 2배로 증가했다는 관측이다. 주문 증가를 방어하기 위한 고용 인력 증가로 관리에 균열이 생기면서 쿠팡이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줄곧 한국이 아닌 미국 상장을 목표로 해왔다. 시점을 정하진 않았지만,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은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고, 이를 위한 세금구조 개편 등 작업에 착수했다”고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쿠팡은 지난 3월 말 전자상거래 사업과 핀테크 사업을 분사해 사전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매출액 7조1531억원(전년 대비 64.2% 성장)을 기록하고 영업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1조1276억원)보다 36% 줄이면서 ‘한국의 아마존’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동집약적인 로켓배송은 쿠팡의 오늘을 있게한 서비스다. 사진 쿠팡

노동집약적인 로켓배송은 쿠팡의 오늘을 있게한 서비스다. 사진 쿠팡

확진자 속출은 까다로운 나스닥 상장 조건을 맞추기 위해 리스크를 관리해 온 쿠팡에 악재다. 쿠팡은 각 물류센터의 처리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핵심 물류센터 중 두 개가 운영을 중지하면서 서울 지역 배송은 일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 측은 “부천과 고양 물류센터는 안전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운영을 중단한다”며 “이 기간 다른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주문한 로켓배송 제품은 배송 지연이 있을 수 있으나 인천 덕평 등 다른 물류센터에서 최대한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쿠팡 최대 물류센터를 비롯 2곳이나 폐쇄되면서 배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나머지 물류센터에서도 임시직 고용이 빈번해 추가 확진자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 변심 막기가 관건

28일 맘카페에선 쿠팡이 화제다. 사진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28일 맘카페에선 쿠팡이 화제다. 사진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불안한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이탈할지도 관건이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택배 박스를 통해 코로나19가 전염될 가능성을 매우 낮다고 일관되게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박모(43) 씨는 고민 끝에 쿠팡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가입을 해지했다. 쿠팡은 물류센터 폐쇄 후 주문 취소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쿠팡 써도 괜찮을까요”라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온다. 댓글에선 “정기배송을 취소했다”거나 “물건을 주문했는데 상품 회수를 신청했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집 앞에 놓아달라고 하거나 택배실에 놓고 가면 찾아간다”, “장갑 끼고 박스를 개봉한 뒤 손을 깨끗이 씻는다”는 등의 나름의 대처법도 공유한다. “택배 박스로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면서 평소대로 사용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28일 오전 10시30분 기준 각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홈화면. 마켓컬리(왼쪽)는 안내문과 공지사항에 상세한 사과문을 올린 반면, 쿠팡은 지난 25일 부천 물류센터 폐쇄 이후 3일이 지난 28일 오후 6시50분이 돼서야 안내문을 올렸다. 사진 각사 모바일앱 캡처

28일 오전 10시30분 기준 각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홈화면. 마켓컬리(왼쪽)는 안내문과 공지사항에 상세한 사과문을 올린 반면, 쿠팡은 지난 25일 부천 물류센터 폐쇄 이후 3일이 지난 28일 오후 6시50분이 돼서야 안내문을 올렸다. 사진 각사 모바일앱 캡처

쿠팡은 충성 고객이 확고하다고 자평하지만, 쿠팡의 위기는 이베이·11번가·티몬 등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자의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여기에 최근 새벽 배송에 참전한 롯데와 이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의 경쟁까지 더해진 전쟁터다. 쿠팡의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0%대로 아직 절대적 승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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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투자한 소프트뱅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앞으로의 변수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가 총 30억 달러를 투입한 쿠팡에 추가로 거액을 투자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쿠팡이 최대 악재를 어떻게 피해 나갈지에 따라 시계 제로의 한국 전자상거래 지형이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전영선·추인영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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