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만 美살 수 있다" 아시아계 집 찾아다니며 글 붙인 5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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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리앤드로 경찰. 사진 샌리앤드로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리앤드로 경찰. 사진 샌리앤드로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아시아계 미국인이 사는 집을 찾아다니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내용의 글을 붙여놓고 다닌 미국 50대가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주 샌리앤드로 경찰은 지역 주민 낸시 아레시가(52)를 소수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 혐의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쯤 헤론 만 인근 지역에서 ‘집 문 앞에 이상한 글이 붙어있다’는 신고가 수차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5개 집 문 앞에 해당 글이 붙어있는 걸 확인했다. “당신이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당신네 나라로 바로 돌아가라”며 “이곳에는 미국에 봉사하는 용감한 백인만 살 수 있다”고 쓴 글이었다.

범인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범행 현장을 인터폰 화면으로 지켜본 한 주민이 아레시가의 생김새를 상세하게 묘사한 덕분이었다. 아레시가는 손으로 쓴 글 뭉치를 가방에 넣은 채 마을 인근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아레시가가 부적절한 문구로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와 위협을 가했다며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지난 21일에도 비슷한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었다. 문 앞에 ‘아시아인 출입 금지. 지금 당장 떠나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는 것이었다”며 “이 역시 아레시가의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샌리앤드로는 다양한 사람들의 공동체다. 우리는 모두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화목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공동체의 안전과 복지를 침해하는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는 장애·젠더·국적·인종 등을 이유로 타인을 다치게 하거나 협박·희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증오범죄 처벌법'을 가지고 있는 주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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