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25일 2차 기자회견을 연 이후 방송인 김어준(52)씨가 제기한 ‘음모론’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이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와 직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인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누군가 왜곡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김어준 라디오 방송서 음모론 제기 논란 확산 #이용수 할머니 “수양딸한테 그대로 적게했다” #심의 신청 시민 “‘인면수심’ 방송…규정 위반”
김씨가 말한 기자회견문은 이 할머니가 지난 25일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던 문건을 말한다.
이 할머니는 현장에서 이 회견문을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걸 (취재진이) 전부 카메라로 찍었으면 좋겠다”며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씨는 이에 대해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이 할머니에게 줬다”며 배후자로 가자!평화인권당 최용상(62)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방송 직후 이 할머니 측근이 “김어준은 상상력이 강한 인물”이라고 이를 부인하고, 할머니 수양딸이 “할머니의 말을 직접 듣고 지웠다, 고쳤다 수일간 논의하면서 기자회견문을 썼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급기야 이 할머니가 JTBC 인터뷰에 직접 나서 “(나는) 무식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기자회견문은 제가 읽다 쓰다 이러다 썼다”며 “옆에 (수양)딸 있으니까 이대로 똑바로 써달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민이 김씨의 해당 방송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심의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홈페이지에 신청 접수한 내용을 캡쳐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신청인은 “‘인면수심(人面獸心)’ 방송,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엄정 조치를 요구한다”며 “결국 김어준은 언론인이 갖춰야 최소한의 소양인 팩트 체크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여론을 조장해 온갖 혼란만 초래했으며, 이 할머니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멍울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신청인은 “독선에 사로잡힌 그릇된 언론인의 오만과 아집이 세상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참으로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김어준의 이 같은 작태는 현재 시행 중인 방송법 제33조(심의규정)에 따라 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을 심의하기 위해 방심위에서 제정·공표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권에서 이 할머니 주장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목소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 할머니를 겨냥한 혐오성 발언도 쏟아지고 있다. 최민희 민주당 전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당선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이 할머니가) 저렇게까지 거부감을 보이시는지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친 정부 성향의 한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이 할머니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대구=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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