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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울려도 놀라지마' 초1 첫 등굣길 헤맬라 만든 동영상

중앙일보

입력

26일 1학년 학생들의 등교를 하루 앞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 1학년 교실 책상에는 학생들의 이름표와 함께 마스크가 1장씩 놓여 있었다. 학생들의 책상은 1m씩 간격을 벌려 짝꿍도 없다.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과 첫 대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부터 배워야 한다.

26일 광주광역시 화정초 교사들 등교 준비 #첫 등교 1학년생 학부모, 교실에 못 들어가 #학교 보내기 불안한 학부모, 자가학습 신청 #교사들 마스크 쓰고 수업 '개인마이크' 고민

"오늘부터 1일" 사상 초유 5월 등교

화정초 1~2학년 121명과 병설유치원생 10명이 27일 등교한다. 3월 2일이었던 첫 등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87일 미뤄져 선생님과 학생들은 유례없이 5월에 등교하게 됐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등교를 환영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등교를 환영하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학년 교실 칠판에는 ‘우리 만난 지 1일째’라는 글이 적혔다. 박수정 화정초 교감은 "1학년 학생들은 첫 학교생활인데 두 달 넘게 미뤄져 선생님들이 더 긴장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위생·방역과 함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처음 등교하는 1학년 학생들이 길부터 헤매진 않을까 걱정이다. 화정초는 정문과 후문·쪽문 등 출입구가 3곳이지만, 등교하는 모든 학생이 2~5학년 교실이 있는 건물 현관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찾아와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현관을 제외한 나머지 건물 출입구는 모두 폐쇄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첫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책상 간격을 맞추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의 첫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책상 간격을 맞추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화정초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수업 시스템에 자체 제작한 '등교 안내 영상'까지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학생 2명이 학교 곳곳을 소개하며 올바른 등굣길을 알려준다.

수업 첫날 1학년 부모들도 못 들어오는 교실

코로나19 사태만 아니라면 1학년 학생들은 학부모들의 손을 잡고 교실로 향한다. 하지만 27일 등교 때 학부모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다. 화정초는 20명의 교사가 교문부터 교실까지 통로에 배치돼 학생들을 안내할 계획이다.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책상에 마스크와 이름표를 놓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책상에 마스크와 이름표를 놓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19명 학생이 등교하는 1학년 1반은 각각 책상이 1m씩 떨어져 배치됐다. 담임 교사들은 혼자 교실에 들어선 학생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할까 봐 각각 책상에 이름표를 만들어 올려뒀다.

화정초 병설 유치원생 10명도 이날 함께 등원한다. 넓은 책상에 둘러앉아 모둠 수업을 했던 교실은 유치원생 1명당 1개씩 개인 책상을 사용하도록 바뀌었다. 원생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던 가위나 풀 등 학용품도 개인별로 나눠 사용할 수 있도록 개인 책상에 나눠 배치했다.

26일 광주 서구 화정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원생들의 책상을 소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26일 광주 서구 화정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가 원생들의 책상을 소독하고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급식실도 담임 선생님과 함께 이동

급식 시간과 쉬는 시간은 학생들이 밀접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 급식실로 이동하는 동안 학생들이 뛰어놀며 접촉하지 않도록 담임교사가 동행한다. 식사하는 도중에도 지그재그 형태로 떨어져 식사할 수 있도록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스마일 마크'로 표시해뒀다. 쉬는 시간은 3~5분 간격으로 구분해 지정했고, 화장실도 학년별로 구분해 이용해야 한다.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의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 급식실 의자에 학생들이 한 칸씩 떨어져 식사하도록 유도하는 스마일 마크가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생의 등교를 하루 앞둔 26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초등학교 급식실 의자에 학생들이 한 칸씩 떨어져 식사하도록 유도하는 스마일 마크가 붙어 있다. 광주-프리랜서 장정필

학교 측은 정수기는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어 사용할 수 없도록 폐쇄하고 학생들이 개인별로 물통을 지참해 등교하도록 공지했다. 물이 부족한 학생은 개인별로 추가 지급한다.

마스크 쓰고 수업 '마이크·투명 마스크' 고민도

화정초는 1~2학년 수업을 진행하며 개인 마이크와 투명 마스크를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 박수정 교감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잘 안 들릴 수 있어 개인별로 마이크를 구매해 지급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영어 수업 때는 입 모양과 발음이 중요한데 면마스크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 플라스틱 소재로 된 마스크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학부모들은 자율학습 신청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교가 불안해 자가학습을 신청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류민성 화정초 2학년 담임교사는 "34일의 자가학습 기간이 인정되기 때문에 별도 교육계획서를 작성해 등교 전에 자가학습을 제출한 학부모들도 있다"며 "2학년 3개 반마다 1~2명의 학부모가 자가학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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