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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 모유 은행 난항…무슬림 “같은 젖 먹으면 형제-자매 관계성립”

중앙일보

입력

빙글라데시 이슬람 사원에 온 무슬림 소년. EPA=연합뉴스

빙글라데시 이슬람 사원에 온 무슬림 소년. EPA=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정부가 아기들의 생명을 구하고자 ‘모유 은행’을 설립하려 했지만 이슬람 성직자 등의 반대로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했다.

26일 다카트리뷴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모자보건기구(ICMH)는 작년 12월부터 수도 다카 인근 마투아일에 있는 특수관리 신생아실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첫 번째 ‘모유 은행’을 시범 가동했다.

모유 은행은 산모들의 남는 모유를 기증받아 살균해 보관했다가 미숙아, 저체중아, 면역결핍 아기 등 젖이 필요한 다른 아기에게 주는 곳이다. 신생아 중환자실 등에 입원한 미숙아들이 기증 모유를 먹으면 미숙아 분유를 먹을 때보다 발달이 잘 되고, 합병증도 적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엔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지난해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5.7명에 이른다.

모자보건기구의 모유 은행 프로젝트 담당자 모지부 라흐만 박사는 “엄마가 없는 아기에게 줄 모유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며 “우리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유 은행을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유 은행 설립 소식이 전해진 후 이슬람 성직자와 학자, 강경론자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방글라데시는 국교가 이슬람교다.

이들은 “같은 공여자의 젖을 먹고 자란 아기들 간에 형제-자매 관계가 성립한다”며 “나중에 이들이 커서 결혼하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슬람 신자(무슬림)는 두 자매와 동시 결혼, 노예와 결혼, 같은 유모의 젖을 공유했던 사람과 결혼 등이 금지된다.

이에 모자보건기구는 모든 모유에 기증자 정보를 기록하고, 개별적으로 보관하며 기증자-사용자 정보를 컴퓨터에 남겨 혼인신고 접수처에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슬람 성직자 등의 반대가 점점 더 심해지자 당국은 프로젝트 추진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모지브 라흐만 박사는 “당분간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하고 반대론자들을 설득하려고 한다”며 “그들을 납득시키면 모유 은행을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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