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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첫 출근길…“안 쓴 사람 많이 보였는데 다 써서 안심”

중앙일보

입력

26일 한 지하철 역사에 '마스크 착용 필수' 포스터가 붙어 있다. 편광현 기자

26일 한 지하철 역사에 '마스크 착용 필수' 포스터가 붙어 있다. 편광현 기자

“오랜만에 열차 안 승객들 전체가 다 마스크를 쓰고 있네요.”

26일 아침 서울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출근하는 회사원 박모(35)씨는 이렇게 말하며 목을 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박씨의 말대로 이날 열차 안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최근 날씨도 더워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긴장감도 느슨해져서인지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다”며 “괜히 그런 사람 옆으로 밀려가지 않으려고 손잡이 잡고 버틴 적도 많았는데, 오늘은 그럴 일 없겠다”고 웃었다.

이날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에 한해 ‘승차 거부’하는 것을 허용했다.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승차 거부는 사업 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면제하기로 했다. 정부가 대중교통들의 방역 조처 강화를 지시했으나, 최근 날씨가 더워지며 마스크 착용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편의점서 급히 마스크 사는 사람도

26일 오전 8시 강남역 사거리 버스정류장 앞에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편광현 기자

26일 오전 8시 강남역 사거리 버스정류장 앞에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편광현 기자

이날 오전 8시 서울 강남역 사거리 버스 정류장 앞에서도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 30여명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마스크를 쓴 기사가 시민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줄을 서다가 인근 편의점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20여분 동안 승차 거부 사례는 없었다.

같은 시각 5호선 광화문역도 마찬가지였다. 역사 안에는 ‘지하철 이용 시 마스크 착용 필수입니다’라고 적힌 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고, 역사 내에서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을 안내했다. 마스크 안 쓴 채로 왔다가 역사 안 편의점에서 급히 마스크를 사 쓰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쓰는 거 아니냐"  

대다수의 시민은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60대 이상에서 ‘안심한다’는 분위기다. 일회용 고무장갑까지 끼고 지하철을 탄 진모(67)씨는 “최근 이태원 때문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은 아닌가 무서웠는데, 정작 대중교통을 타 보면 ‘나만 무서워하나’ 싶을 정도로 마스크조차 안 쓴 사람들이 많았다”며 “마스크 안 쓰면 대중교통 못 타게 한다고 하니까 조금 안심이지만, 그래도 장갑은 끼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60대 이용객은 “집에 손자도 있는데 유치원생까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특히나 출·퇴근길 지하철은 무서운 곳 아니냐. 마스크 무조건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기준 운수업계 종사자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버스기사 9명, 택시기사 12명 총 21명이다.

혼잡할 때는 지하철보다도 더 ‘밀착’해야 하는 만원버스 이용객인 직장인 오모(26)씨도 “버스를 자주 타다 보니 걱정이 많은 편이었는데 오늘은 마스크 안 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안도했다. 또 다른 버스 이용객인 40대 김모씨는 “오늘부터 마스크 안 쓰면 대중교통 못 타는 건 줄 몰랐다”며 “원래 당연히 마스크 쓰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었냐”라고 말했다.

"자발적 참여 중요…손잡이 소독도 철저히" 

26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이용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후연 기자

26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이용객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후연 기자

다만 일부 대중교통 이용객들은 마스크 의무 착용에 대해 "큰 의미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학원생 김모(32)씨는 “이제 일회용 덴탈마스크조차도 더울 때가 있는데 계속 ‘무조건 마스크 써야 한다’고만 하니 좀 답답하긴 하다”며 “무더위가 찾아와도 승객들과 마찰 없이 제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이라고 밝힌 30대 남성은 “밀집 구역에서의 감염을 막기 위한 거라면 대중교통도 대중교통이지만 직장 문화를 단속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러고 직장 가서 사람들 다 마스크 벗은 채 웃고 떠들고 같이 간식 먹고, 얼굴 맞대고 밥 먹는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중교통은 집단감염 위험이 있는데 그동안 일어나지 않은 것은 대부분 시민이 마스크 착용을 잘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 착용을 하라고 하는 것은 꼭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안 쓰는 일부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마스크 착용 감시를 운전기사들에게 맡겨버리다 보니 승객과 싸움이 날까 염려가 되는데, 그런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또 마스크뿐 아니라 대중교통 내 손잡이 등 관련 소독을 철저히 해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후연·편광현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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