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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와인테스트 하듯···렘데시비르 사망률 30% 낮췄다"

중앙일보

입력

렘데시비르 앰플. 로이터=연합뉴스

렘데시비르 앰플. 로이터=연합뉴스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여러 가지 항바이러스 약이 코로나 환자에게 쓰이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것은 렘데시비르가 처음이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이 세계 10개국, 73개 의료기관과 함께 임상시험을 한 결과, 치료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사망률을 11.9%에서 7.1%로 줄였다. 한국은 서울대병원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주도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위험관리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그에게 렘데시비르 임상 결과의 의미와 과제를 물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합뉴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합뉴스

몇 명의 환자가 참여했나
코로나19 폐렴 환자 1063명이 참여했다. 한국은 21명이 참여했다. 538명에게 렘데시비르를, 521명은 위약을 투여했다. 10일 투여해 비교했다.  
위약이란
겉모양은 렘데시비르(주사제)와 같지만 내용물이 없다. 생리식염수가 들어있다. 의사도 환자도 어느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른다. 이중맹검 방식이다. 눈을 가리고 와인 테스트 하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어떤 약을 쓰는지 알게 되면 좋은 쪽으로 반응할 수 있게 바이어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이중맹검 방식을 택했다. 이런 방식을 잘 쓰지 않는데, 이번에는 진검승부하기 위해 이렇게 했다.
결과는 어떤가
렘데시비르투약군은11일만에 완치됐고, 위약군은 15일 걸렸다. 4일 단축한 것이다. 개개인의 완치 소요 기간을 따져서 계산하면 치료기간을 31% 단축한 걸로 나온다.
위약군도 15일만에 완치됐는데
코로나 환자의 표준치료법은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산소 치료를 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대개 완치된다. 여기에다 약을 투여해 기간을 단축해야 하는데, 이번에 그리한 것이다. 렘데시비르를 투여해 4일 단축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완치라고 하지 않고 회복기간이라고 했는데
이번에 발표한 임상시험 결과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이라는 세계적인 의학전문 학회지에 실렸다. 여기에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입원한 사람이 산소 치료의 필요성이 없어지거나 집으로 간 것을 회복이라고 봤는데, 이 정도는 완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 식품의약국,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 연합뉴스

미 식품의약국, 렘데시비르 긴급사용 승인. 연합뉴스

사망률에 변화가 있었다는데
치료제의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목적은 죽을 사람 살리는 거다. 가장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사망률 차이를 보려면 2000명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팬더믹 상황에서 2000명을 모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 사망률 변화는 2차 평가 지표에 넣었다. 약 투여 14일째 사망률을 따졌는데, 위약군은11.9%, 렘데시비르 투여군은 7.1%였다. 이 정도면 상당히 의미 있다. 14일째에 관찰했다는 점을 유심히 봐달라. 14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망률이 30% 줄어든 거로 나왔다. 3,4주까지 관찰하면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가 최종 결과가 아닌가
지난달 27일 미국의 '안전성 평가위원회'가 이번 임상연구를 계속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했다. 거기서 렘데시비르의 성적이 좋다고 인정했다. 이 약이 효과 있는 거로 나온 마당에 위약군에게가짜약을더는 투여하는 게 윤리적으로 문제 있다고 판단해 위약군에게도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도록 조치했다. 평가위원회는 매우 중립적인 기구다. 위원회가 중간 보고서를 평가한 결과, 임상시험 참여 환자나 그렇지 않은 환자에게 이번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공개를 결정했다.
향후 다른 약의 전망은
다른 약은 렘데시비르와 효과가 같거나 이를 넘어서야 한다. 렘데시비르의 사망률이 7.1%인데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뜻이다. 20에서 10으로 가기는 쉬울지 몰라도 10에서 5로 낮추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렘데시비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을 억제한다. 앞으로 분자 구조를 잘 파악해서 효능을 개선한 제2, 제3의 약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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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국 NIH가 임상시험을 주도했나
진짜약과 위약을 투여해 약효를 대조하고, 의사와 환자가 모르게 이중맹검을 하는 것은 매우 깐깐한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제약회사가 돈을 대고 임상시험을 하는 상업적 임상시험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임상시험 실패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방식을 택하기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는 확실히 듣는 약을 써야 한다. 의료자원 낭비를 줄이고 생명을 존중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번에 국민 세금으로 했다. 우리는 서울대병원 연구기금을 썼다. 
이 약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1일 긴급 사용 승인을 내줬다. 지금은 정식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식으로 승인되면 세계의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가격도 문제가 될 것이다. 국제 공중보건 위기가 발생하면 약의 공급과 가격 문제가 항상 이슈가 된다. 에이즈 때도 그랬다. 당시에는 아프리카·아시아의 가난한 국가들이 돈이 없어서 약을 못 샀다. 브라질·태국은 특허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약을 복제했다. 
한국에서 이 약을 쓰려면
정부가 수입해야 하는데, 그걸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오명돈 교수에게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의미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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